[조성기의 反 금병매] (5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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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금련은 서문경이 장사만 하는 상인인 줄 알았는데 시도 제법 읊을 줄 알고 그 뜻도 그럴 듯하게 풀이하는 것을 보고 새삼 속으로 감탄하였다.

금련은 단정하게 쪽진 머리를 손끝으로 살짝 흩뜨려 머리카락 몇 올이 얼굴 쪽으로 흘러내리게 하였다. 남색 조끼와 백하포 저고리도 조금 느슨하게 하여 가슴이 약간 드러나게 하였다.

서문경은 왕노파가 돌아오기 전에 금련을 안아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초조해졌다. 하긴 왕노파도 될 수 있는 대로 늦장을 부릴 것이 틀림없었다.

술이 주전자에 아직 남아 있는데도 서문경이 술이 떨어졌다고 했고, 왕노파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얼른 알아차리고 술을 사러 나간 것이었다. 어쩌면 왕노파는 돈만 챙기고 아예 술을 사지 않을지도 몰랐다.

"어, 술이 다 떨어졌는 줄 알았는데 바닥에 조금 남아 있네. 부인이 내 시를 칭찬해주니 기분이 너무 좋소. 그런 뜻에서 내가 부인에게 술을 한 잔 더 드리리다. "

서문경이 짐짓 주전자를 흔들어보며 금련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대낮부터 술을 이렇게 마셔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남편이 보면 큰일 날 텐데."

서문경은 금련이 남편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어놓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욕정은 더 거세게 끓어올랐다. 남편이라는 말이 서문경의 욕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추겨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해주는 셈이었다. 그런 것을 알고 금련이 중간중간 남편을 들먹거리고 있다면 그야말로 보통 고단수가 아니었다.

"워낙 술을 조금씩 마시니 여태껏 몇 잔도 못 마셨잖아요. 이 잔만 흔쾌히 받으시구려."

"그럼 정말 이 한 잔만 더 마시겠어요."

금련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술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왜 이리 방안이 덥지? 술 기운 때문에 몸이 더워져서 그러나."

서문경이 녹색 윗저고리를 두 손으로 펄럭거리며 더운 척하였다.

"더우시다면 그 저고리 하나는 벗으시지요."

"그래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그럼 이 저고리는 벗겠습니다. 수고스럽지만 이 옷 좀 저쪽에 걸어주시겠습니까?"

서문경이 저고리를 벗어 금련에게 건네면서 옷자락으로 슬쩍 탁자를 쓸어 젓가락이 떨어지도록 하였다.

"아이구, 젓가락이 떨어졌네."

서문경이 얼른 허리를 굽혀 탁자 아래로 들어간 젓가락을 집으려 하였다. 젓가락은 서문경이 예상한 대로 금련의 발 근처에 떨어져 있었다. 서문경은 치마자락 밑으로 드러난 금련의 전족을 보는 순간, 어찔 황홀감 같은 것이 몰려왔다. 서문경은 젓가락을 주울 생각은 하지 않고 전족에 입을 맞출 듯이 다가가 전족 버선코를 살짝 눌렀다. 금련 쪽에서 아무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버선을 슬그머니 꼬집어보았다.

"아어."

금련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새어나오다가 그쳤다. 그 신음에 용기를 얻은 서문경이 금련의 두 전족을 아예 양손으로 쥐고 서서히 힘을 주었다.

"아어, 아어, 아어."

금련의 신음이 길어졌다. 남자가 여자의 전족을 만졌는데도 여자 쪽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남자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서문경은 금련의 전족만 잡았는데도 허벅지 안쪽으로 피가 세차게 몰리기 시작하였다. 그 피는 순식간에 기둥을 이루며 분연히 일어섰다. 쇠말뚝 같은 살기둥이었다. 이런 힘찬 발기는 서문경이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었다.

"아후."

서문경은 자기도 모르게 금련보다도 더 세찬 신음을 토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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