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과 질병과…치ㅣ명적가뭄 2년 목타는「검은대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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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프리카 검은대륙이 또 한차례의 치명적인 가뭄으로 인해 대량아사의 위기에 처해 있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번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10년전 30만명의 아사자를 낸 때 보다 훨씬 심한 20세기 최악의 것이 되리라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가뭄피해지역 역시 10년전 보다 광범위해 서쪽의 모리타니에서 동쪽의 이디오피아, 북쪽의 차드에서 남쪽의 희망봉까지 거의 아프리카 전역을 포함하고 있다. 더욱 비참한 것은 어떤 나라도 이같은 비극적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것. 만성적 정치불안·무능·높은 인구증가율·자금난 등으로 이를 극복할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70년대 가뭄으로 20만명의 아사자를 낸 뒤 그 여파로 「셀라시에」황제가 폐위당하고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선 이디오피아는 이번에도 가강 심한 피해를 받고 있다.

<70년대도 한차례>
지난해에는 너무늦게, 올해는 너무 일찍 비가오는 바람에 전인구의 약10%인 3백50만명이 집과 농토를 버리고 유랑생활에 나섰고 수만명의 한 해민이 식량배급소와 구호소주변에서 노숙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디오피아주재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대표부의「한스·달」씨는 특히 이들 가뭄지역에 이르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정부가 식량의 공중수송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사자는 계속 증가추세에 있으며 그 중에서도 어린이들이 주로 희생되고 있다고 전한바 있다.
모리타니의 경우 초목들이 말라 비틀어져 사하라사막의 남진을 촉진하고 있고, 모잠비크에서는 중부와 남부의 혹심한 가뭄 이외에 이 나라의 젖줄인 림포포강의 수위가 낮아져 인도양의 바닷물이 거슬러 올라오는 바람에 농경지마저 황폐화돼 총인구 1천만중 4백만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고 유엔재해구호사무소가 밝혔다.
또 한 때 농산물수출국이었던 짐바브웨는 가뭄으로 인한 곡물부족량을 메우기 위해 외국으로부터 옥수수를 수입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다. 지난해의 옥수수 수확량은 81년의 3분의1에 불과했으며 2년간 계속된 흉작으로 농민들은 볕에 그을은 풀을 식량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희생자 계속늘어>
이 곳에서는 81년 가뭄이 시작된이래 약30만마리의 가축이 먹이와 물을 구하지 못해 죽었으며 요즘도 매주 수천마리씩 죽어가고 있다. 그 나마 워낙 여위어 고기를 먹을 수도 없는 소들은 가죽·접착제공장에 마리당 불과 7달러(약5천5백원)에 팔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아프리카 서해안의 가나 같은 붕괴직전의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등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12월부터 2월까지 사하라사막에서 아프리카서해안쪽으로 부는 건조한 열풍인 하마탄이 올해엔 예년보다 몇주나 더 오랫동안 계속돼 산불을 일으키고 농토를 메마르게했다.

<거의가 영양결핍>
이처럼 참담한 상황은 아프리카 최대의 공업국이며 소수백인지배국인 남아공도 예외가 아니다. 남아공서부지역은 최근 반녀녀간 강우량리 25mm에 불과해 농작물이 거의 말라보렷으며 물이 부족해 수력발전이 격감, 각종 공장과 광산·은행등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더욱이 백인정부가 흑인원주민들에 대한 정치적 배려로 나누어준 농토의 대부분이 황폐한 불모지여서 수 많은 원주민들은 만연하는 질병과 기아속에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이지역 어린이들의 모습은 눈 뜨고 볼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영양결핍상태로 병원에 수용돼 있는 흑인 어린이들은 병색이 완연해 부어 오른 얼굴, 깡마른 팔다리, 퇴색된 피부색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회불안 도사려>
레보와벙원의 간호원들은 2랜드(약 1천4백원)의 치료비가 없어 부모들은 자식이 병이 들어도 병원으로 데려오지 못한 채 방치해 두었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자가치료를 하다가 약물을 잘못 먹여 독살하는 수도 허다하다고 호소했다.
남아공의 교회위원회는 세계최대의 금생산국인 남아공에서 거의 2백만명이 식량부족으로 굶주리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몇몇 지도자들은 이같은 삶에 대한 좌절이 폭력과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FAO로마본부의 「에두아르드·사우마」사무국장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아프리카의 식량사정은 아프리카 수개국의 생존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FAO의 자금공여국들에 더 많은 식량을 아프리카에 보내 줄 것을 호소했다.

<정봉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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