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 중량급 「나경민시대」열리다|연습게을렀던 박조팔에 7회KO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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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나경민 (나경민·2)이 국내프로복싱 중량급의 새로운 왕자로 등장했다.
나경민은 29일 저녁 문화체육관에서 벌어진 OPBF (동양­태평양권투연맹)미들급 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 박종필(박종팔·22)을 예상외로 4차례나 다운시킨 끝에 7회 2분48초만에 KO승을 거두고 왕좌에 올랐다. 이로써 나는 12전전KO승을 기록하면서 세계무대를 넘보게 됐다. 또 박은 지난 79년8월 타이틀을 차지한 이래 3년10개월 만에 16차방어 전에서 무너졌으며 28승 (27KO) 3패1무를 마크했다.
3천여 명의 관중이 꽉 들어찬 가운데 벌어진 이날의 라이벌전은 챔피언 박의 체중조절 실패로 허무하게 끝났다.
상대를 가볍게 보고 연습을 게을리한 박은 이날 상오 계체량에서 한계체중(72·570kg)을 2백70g초과, 2차에서 가까스로 통과했다. 나는 1백70g미달.
박은 체중감량으로 체력이 달려 초반부터 나의 위력적인 스트레이트에 몰려1회 종반 왼쪽 카운터를 맞고 다운, KO직전에 공으로 겨우 살아났다.
이후 계속 열세를 면치 못한 박은 5회 들어 적극공세를 폈으나 6회에 한차례, 7회서 두 차례 다운을 당한 끝에 KO패당하고 말았다.
나의 매니저 최근호씨는 옵션(양면약정)에 따라 45일 이내에 박이 소속한 동아프러모션의 선수와 1차 방어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혀 양자의 재대결 가능성을 비쳤다. 또 박의 매니저 김현치씨는『박이 상대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이 패인이다.
부실한 훈련으로 결국 체중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옵션이 있으므로 다시 대결하면 어렵지 않게 이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나의 경기를 지켜본 전챔피언 유제두씨는『스트레이트 외에 훅과 어퍼컷 등 다양한 기술을 익히면 대성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특히 주먹의 파괴력과 맷집도 상당해 유망하다』고 칭찬했다.
대전료는 박은 2천5백만원, 나는 5백만원을 각각 받았다.
앞으로 나경민이 세계정상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계랭킹10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OPBF챔피언이 됐으므로 6월 랭킹에 쉽게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나경민은 아마에서 88승(76KO)8패의 전적을 안고 지난 81년5월 프로로 데뷔했다.
나는 아마시절 지난 79년 뉴욕 월드컵대회 라이트 미들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것 외에는 별로 화려한 전적이 없었다. 나는 박일천의 그늘에 가려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뒤늦게 프로무대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은 나가 체력문제를 어떻게 극복, 세계무대의 문을 노크할 것인지 궁금하다. 고향은 충주이나 춘천에서 자라면서 춘천농고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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