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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파동 악몽 씻고 재기의 실마리 잡아-공영토건·일신제강·라이프·삼익주택의 오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람의 근육과 기업은 단련을 받을수록 강해진다. 단련치곤 너무 세찬 단련이었던 지난해의 5월 사채파동이후 많은 기업들이 평소의 건강체질을 다시 한번 생각게 되었지만 특히 사채파동의 중심권에 들었던 4기업-공영토건· 일신제강·(주)라이프· (주)삼익주택은 저마다 각별한 인고의 1년을 보냈다. 아픔이 컸던만큼 그 댓가는 돋보이는 법이다.
만성적인 적자불감증을 깨끗이 씻고 동진제강으로 탈바꿈한 일신제강은 4월 한달동안에만 70억원 어치 이상을 수출하는 등 해외 바이어들에 대한 신용을 되찾았고 삼익은 지난해 24억6천7백만원의 순익을 올려 전년대비 26·2%라는 높은 신장률 (81년 신장률 12·6%)속에 뼈아픈 기억을 말끔히 묻어버렸다.
또 지난해 18억4천2백만원의 순익을 낸 라이프도 곧 여의도 본사사옥주변 1만1천여 평의 대지에 병원·호텔·백화점 등을 갖춘 라이프타운을 착공, 사세확장을 꾀하고 있다.
다만 가장 큰 상처를 입고 1년 가까운 표류끝에 최근에야 최원석 동아그룹회장을 새 선장으로 맞은 공영토건만이 앞으로도 숱하게 넘어야할 파도에 대비, 아직 실사작업의 도크 속에 들어가 있다.
잔인했던 5월을 다시 맞는 이들 4기업의 변모를 살펴본다.

<동진제강>
지난해 10월27일 포철이 자본금 50억원을 전액 출자, 새로 설립한 동진제강은 상업은행으로부터 구 일신제강의 전 자산을 1천3백58억원에 사들였다. 대금지불조건은 5년 거치 15년 분할상환. 또 그때까지 일신을 떠나지 않고 상은측이 지급하는 기본급에 만족하고 있던 전 직원도 13명의 임원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진제강이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공장이 멈춘지 약6개월만인 지난해 11월1일 다시 전기를 넣고 공장을 재가동, 동진제강은 지난해 12월자일 두달간의 영업실적을 결산한 결과 불과(?)1억1천9백만원의 적자를 냈다. 81년 일신제강의 적자가 1백53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대단한 성과였다.
동진은 지난 2월 중순부터 비로소 본격적인 제품판매에 들어갔다. 거의 쑥밭이 됐던 국내 대리점조직을 다시 구축하고 신임 안병화 사장(전 포철부사장)이 연초 해외바이어들을 찾아다니며 『일신과 동진은 다르다』는 것을 열심히 설득한 덕분에 신용작도 다시 하나 둘 열리기 시작했다. 판매관리부를 신설, 판매조직을 강화하고 제품생산비중은 부가가치가 높은 강판쪽으로 옮겼으며 종전 19명의 임원이 9명으로 졸였다.
3월부터 그 성과가 나타나 3월중엔 수출 76억원, 국내판매 74억원을 기록한데이어 4월에도 다시 내수판매 89억원, 수출 70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구 일신의 지난해 한달 평균매출액 (내수 69억6천만원, 수출 58억9천만원)을 웃도는 수치다. 동진측은 지금대로 밀고나간다면 올해 영업목표인 매출 2천억원, 순익 18억원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구 일신이 받아놓고 있던 신용강 약 3천만 달러 상당은 거의가 이행 안된채 춰소됐으며, 일신의 빚 보증을 섰던 임원 14명은 지금도 재산을 가압류 당한 상태에 있다.

<삼익· 라이프>
삼익주택은 지난해는 24억6천7백만원의 순침을 냈다. 지난 78년 이후 79년(순익 40억4천4백만원)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라이프는 지난해 18억4천2백만원의 순익을 올렸다. 비록 7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올해에는 다시 순익을 78년 수준인 43억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두 회사모두 지난 5월 이후 단단히 허리띠를 졸라맸기에 이같은 성과나마 이룰 수 있었다.
지난해 2천5백 가구를 분양한 삼익주택은 특히 서울 명일동 삼익그린맨션(1천6백 가구) 분양에 혼신의 힘을 쏟아 아파트업계에서는 내노라는 82년의 히트상품을 만들어 냈고, 라이프는 지난해의 1백20일 비상작전, 다시 최근의 77일 비상작전 등 두 차례나 국·내외 현장에 비상을 걸어공기단축과 원가절감에 온힘을 쏟았다.
또 양사 모두 동남아건설시장을 개척하는데 힘을 쏟아 삼익은 약6억 달러, 라이프는 약 10억 달러의 건설공사 상당을 태국·싱가포르·마련·호주 등과 진행 중이다. 삼익주택의 올해 순익목표는 60억원, 라이프의 목표는 43억원이다.

<공영토건>
지난해의 결산결과는 마이너스 8백54억6천8백만원이었다. 81년에는 그래도 54억9천만원의 이익을 냈던 공영으로서는 처음 안아보는 큰 손실이었다. 지금은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우재구 사장은 올해 매출2천7백70억원, 순익 23억원이라는 의욕적인 경영목표를 세워놓고 있었다.
최원석 회장이 지난 4월25일 새로운 법정관리대리인으로 선임되고 동아건설측으로부터 실사팀이 나오면서 이 계획은 일단 백지화됐고 지금은 실사가 끝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경영방침이 세워질 때까지 하던 일이나 계속하며 자리들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동아측은 현재의 공영직원들을 안심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간 2백여명의 직원이 공영을 떠났고 아직 봉급인상은 생각도 못하고있다.
지난 4월분 봉금은 최원석 회장이 난생 처음서보는 보증으로 약 보름 늦게나마 지급이 됐다. 실사가 끝나고 동아측의 경영방침이 구체적으로 세워지면 사채파동의 그림자가 어떻게 걷혀질 것인지가 비로소 희미하게나마 나타날 것이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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