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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 내달 한국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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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하늘에서 '행복하라'는 말이 들려오는 꿈을 오늘 새벽 꿨습니다. 그리고 낮에 법원에서 최종 통지를 받았습니다. 꿈이 현실로 이뤄지도록 도와준 고국의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4일 미국 법원의 보호관찰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9년여 만에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된 로버트 김(64.한국명 김채곤.사진)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여권이 나오는 대로 한국을 찾아 도와준 분들에게 인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김은 미 해군정보국(ONI) 컴퓨터 분석관으로 일하던 1996년 9월 한국에 국가기밀을 넘겨준 혐의로 수감됐다 7년10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석방됐다. 2007년 7월까지 3년간 자택에 머물며 보호관찰을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는 출감 1년이 지나면 보호관찰 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8월 버지니아 연방법원에 보호관찰 정지를 요청했다. 법원은 두 달 심리 끝에 이를 받아들여 예정보다 2년 일찍 보호관찰을 종료했다.

담당 판사인 레오니 브링크마는 "로버트 김이 한국에 건네준 서류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며, 이미 10년 전 일이다. 또 그는 그동안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해왔다"고 집행정지 이유를 밝혔다.

로버트 김은 "보호관찰 기간 중 한국 내 지지자들이 월 1000달러씩 생활비를 지원했고, 수많은 격려편지와 선물을 보내 큰 힘이 됐다"며 "특히 한국에서 수감 생활을 하는 분이 위로편지를 보냈을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로버트 김은 "보호관찰 기간 중 한.미 관계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많이 걱정했다. 특히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과 강정구 교수의 발언 등은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미국에 할 말은 해야 하지만 반미는 곤란하다는 것이 내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가면 국가관과 이념이 다른 젊은이들과 많은 대화의 자리를 갖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버트 김에게서 북한 관련 정보를 넘겨 받았던 예비역 대령 백동일(58)씨는 "사건에 연루됐던 당사자로서 만감이 교차한다"며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고 큰 짐을 내려놓은 홀가분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뉴스를 보고 로버트 김에게 e-메일로 안부를 전했다"는 백씨는 "아픈 과거보다는 앞으로의 시간을 건강하고 보람되게 보내기를 기원했다"고 덧붙였다.

2003년부터 1년간 로버트 김의 후원회를 이끌었던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40) 사장은 "새벽에 김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전율이 흘렀다"며 "이른 시일 내에 만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김의 동생인 열린우리당 김성곤(54) 의원은 "생각보다 형 집행이 빨리 끝나 기쁘다"며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형님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영전에 인사를 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며 반가워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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