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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뉴·프런티어 대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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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업은 끊임없는 탈바꿈 속에서 성장한다.
설탕으로 기업을 일으켰든, 치약으로 성장의 발만을 닦았든 한곳에만 연연해서는 내수시장이 좋은 우리나라로서는 곧 벽에 부딪치고 만다.
이때가 바로 기업가로서의 성패가 좌우되는 탈바꿈의 순간이다.
삼성과 럭키금성이 비교적 순탄하게 재계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이같은 탈바꿈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의 탈바꿈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외부에서 보면 한순간의 탈바꿈이겠지만 속 내용믄 부단한 자기발전의 과정이다.

<민간기술개발 주도>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세의 흐름을 읽어야하고 그 흐름을 적기에 타기 위해서는 빈틈없는 준비를 갖춰두어야 한다.
제3의 파도는 기업가에게 한틈의 쉴 여유도 주지 않고 밀려오고 있다.이 흐름에 뒤처져서는 정상을 다룰 여지조차 없다.
내로라 하는 그룹들이 저마다 기술개발을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나서는 것도 이 흐름을 놓쳐서는 앞으로 발붙일 곳이 없다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현대와 대자가 전자산업을 외치고 나섰지만 4대 그룹 중 기술개발경쟁의 선두주자는 삼성과 럭키금성이다.
반도체 등 전자산업은 물론이고 생명공학· 신소재· 컴퓨터·광통신 등 90년대를 겨냥한 첨단기술 경쟁에서 럭키금성과 삼성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국내의 민간기술개발을 주도해 왔다.
지금까지 국내민간기업이 세운 각종연구소는 모두 재개.
이중에 럭키금성이 9개, 삼초이 8개를 갖고있다. 이 두 그룹이 기술개발에 대해 갖고있는 열의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럭키금성이 갖고있는 연구소는 럭키중앙연구소· 금성사 중앙연구소· 금성통신연구소· 금성전선연구소·금성전기연구소·금성정밀중앙연구소·신영전기연구소·금성계전연구소· 금성반도체연구소로 총1천여명의 연구인력이 속해있다.
삼성도 삼성전자종합연구소를 비롯, 제일제당식품연구소· 제일합섬기술연구소·제일모직기술연구소· 전자통신기술연구소·삼성정밀기술연구소·전주제지기술연구소· 전자부품연구소등을 거느리고 1천여명의 연구인력이 더욱 치열해 가는 기술개발경쟁에 맞서고 있다.
이들 두 그룹의 연구소가 커버하고 있는 분야는 실로 우리나라 민간기술개발을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11월 삼성그룹의 제일제당식품연구소는 유전공학기술의 하나인 세포배양기술에 의해 인터페론의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이 성공이 당장 어떤 이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와 함께 미래산업의 양 대지주로 불리는 생명공학에서 국내기업으로서는 첫 개가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대단히 커 재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주로 생명공학의 기초소재개발에 열을 올려오던 럭키로서는 일타를 맞은 셈. 그러나 럭키금성도 럭키중앙연구소 내에 유전공학전문 등을 갖고 기초소재인 균주·제한효소 등을 개발, 생명공학분야에서의 고지선정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5백억불 시장 겨냥>
제일제당은 인터페론에서의 성공에 이어 앞으로 각종 백신 및 성장호르몬 등 의약품개발, 농작물의 품종개량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고 럭키도 기초소재개발은 물론 B형 간염백신 및 진단용 시약과 기타 의약품개발을 위해 적극투자를 다짐하고 나서 1990년쯤이면 세계시장 규모가 5백억 달러에 이룰 것으로 추산되는 생명공학분야에의 본격진출을 노리고 있다.
아직 세계적으로도 최첨단기술인데다 국내수준으로는 생명공학이 본격적인 산업화단계에 오르려면 요원한 실정이어서 현재로서는 막대한 연구비투자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보이지만 당장의 손실(?)이 아까와 큰 흐름을 외면했다간 결국 세계의 정상에서 뒤처지게 되는 것이 제3의 산업혁명시대에 살고있는 기업의 운명이다.
가까이는 새 아시안게임·86올림픽을 앞둔 국내수요가 있고 크게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엄청난 잠재시장을 갖고있는 통신분야에서도 삼성과 럭키금성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첨단기술 매우 다양>
광섬유를 비롯한 광통신분야에서 금성이 한걸음 앞섰다면 전자교환기분야에서는 삼성이 한걸음 더 내디뎠다. 자체기술뿐 아니라 삼성은 ITT, 금성은 AT&T라는 미국의 거대기업과 기술제후를 맺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더우기 최근에는 통신분야에서 금성에 비해 한걸음 뒤늦었던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모종의 대반격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있다.
OA(사무자동화)기기도 두 그룹이 정면으로 맞닥뜨려 한판 승부를 벌이는 분야다.
삼성전자와 금성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퍼스널컴퓨터·마이크로컴퓨터를 개발해 냈고, 워드프러세서·팩시밀리·온라인 워크스테이션 등 얼핏 귀에도 생소한 OA기기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산업용 로보트도 삼성정밀과 금성사가 개발을 서두르고있는 품목의 하나. 삼성은 올 연말을 목표로 용접용 플레이백 로보트를 개발중이고 양사가 모두 장기적으로 지능 로봇 개발믈 계획하고있다.
신 소재는 국내기술수준이 세계수준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는 분야의 하나다.
그러나 국내 기업으로서는 이 두 그룹이 비교적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럭키가 지난해 유리섬유보강 엔지니어링 플래스틱을 개발해낸데 이어 앞으로 정밀기기 및 항공·무주산업 등의 소재로 각광을 받고있는 고 기능 플래스틱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삼성도 항공기·스포츠용구·자동차 차체 등의 소재로 용도가 다양한 단소섬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들 두 그룹이 이미 개발했거나 추진중인 첨단기술은 다른 그룹에 비해 매우 다양하다.
럭키가 분산염료 및 무공해 농약 등 일부 정밀화학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하고 앞으로 무공해농약의 계열화와 정밀화학의 중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가 하면 삼성은 제트엔진개발에 개가를 올리고 항공용 엔진의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삼성의 X레이 필름, 럭키금성의 NMR-CT(핵 자기공명장치)도 이미 개발이 끝난 유망품목이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속도가 더욱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이 두 그룹을 비롯한 국내기업의 경정도 한층 숨가빠질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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