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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열린채용 그후 2개월] 우리 잘 뽑았다고 40명 더 뽑는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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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실제 일을 시켜보니 학력이나 연령.성별 등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실무 부서에서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어 11월에도 40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외환은행 김형민 부행장)

개방형 채용제도로 지난 8월 외환은행에 들어간 신입행원들이 호평을 받으며 업무에 잘 적응하고 있다.

마흔을 눈앞에 둔 나이에 은행원이 된 양미경(39)씨는 10살 아래 직속 상사 아래서 일하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서울 본점의 외국기업부에서 일하는 양씨는 미국 하와이에 거주할 때 브리검영대에 입학해 정보통신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데다 성실함까지 갖춰 벌써부터 일꾼으로 인정받고 있다.

양씨는 5일 "10살과 네 살배기 아이들이 한국말을 배울 시기를 놓칠 것 같아 올 초 귀국했는데 좋은 기회를 잡아 일하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실업고를 졸업한 뒤 백화점에서 경리사원으로 일한 경력의 양씨는 14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김대환 외국기업부장은 "늦게 시작했지만 열의를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실력이 쌓이면 외국인 투자자를 직접 상대하는 마케터 일을 맡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합격자들의 경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가급적 희망 부서에 배치했다. 만 40세 1명을 포함해 30세 이상 고연령자 10여 명, 전업주부 5명, 대졸 미만 학력 소지자 10명, 이공계 출신 6명 등 입사자 100명이 모두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본점 영업부 대기업팀에서 수출입 업무를 하고 있는 강민주(25)씨는 열린 채용을 통해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털어낸 오뚝이 여성이다. 2003년 1월 임시직 창구직원인 텔러로 외환은행에 들어온 강씨는 와신상담으로 실력을 키웠다. 투자상담사와 방카슈랑스 취급 자격증을 땄고, 고교 때 전공을 살려 일본어를 공부했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강씨는 200명이 지원해 40명을 선발하는 정규직 전환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비정규직으로 2년8개월간 일하면서 실무를 배우고 자기계발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결과였다. 이젠 자긍심도 충만하고 의욕도 넘친다.

공대에서 상대로 전공을 바꾼 뒤 '20전21기'로 외환은행 입사에 성공한 김효영(29)씨도 열린 채용이 낳은 수혜자다. 금융권에서 일하고 싶어 공대를 나와 경영대학원을 다녔지만 학부 전공을 중시하는 관행 때문에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나이 제한도 문제였다.

이런 김씨의 값어치는 외환은행의 열린 채용에서 빛났다. 공대 출신인 만큼 수학 개념이 우수한 데다 경영학까지 배웠으니 신용분석과 기업금융 분야에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희망대로 서울 을지로지점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영업점에서 실무를 익혀 장래 본점의 여신심사업무를 담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김동호 기자<dongho@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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