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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일 화낙사의 무인 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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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82년 9월19일, 당시 일본을 방문중이던 영국의「대처」수상이 짧은 일정에서 하루를 할애하여 찾아간 공장이 있다. 산리현 인야촌 있는「화낙」(FANUC·당초 회사명은 부사유화낙이던 것을 82년 7월 1일 개칭)주식회사의「무인공장」이다
부사콤플렉스라고 불리는 이 공장은 로보트가 로보트를 만드는 이른바 메카트로닉스의 최첨단지대다.
부사콤플렉스 안의 모터공장은 60평의 인원과 1백1대의 로보트가 약40종류의 컨트롤 모터를 월1만대 정도 생산할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야마나시껜〓신성순 특파원】
60명의 인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관리직과 검사원으로 제품의 가공·조립등 거의 전생산과정용 로보트가 담당하고 있어 4천평의 공장 안에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기 어렵다.
1층의 부품가공 공장에는 52대의 로보트를 포함한 60개의 가공 셀 (cell·세포라는 뜻으로 수식제어.공작기계·로보트·모니터의 3개 기능으로 구성된 최소작업단위) 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돼 있다.

<로보트 총 백1대>
참고에 있는 원자재를 무인 운반차가 각 가공 셀에 날라다주면 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로보트와 공작기계가 주어진 설계대로 쇠를 깎아 부품을 만들어 쌓아 놓고 다시 무인운반차가 이를 부품창고로 운반한다.
2층의 조립공장에서 는 역시 무인 운반차가 부품을 운반, 이를 로보트가 주어진 순서대로 조립, 완제품을 만든다. 사람이 하는 일은 작업계획과 설계 컴퓨터에 집어 넣고 로보트의 작업현장용 감시하는 일과 최종적으로 제품용 검사하는 정도다.
이같은 생산공정용 이 회사에서는 FA (Factory Automation) 시스팀이라고 부른다.
부품의 가공 조립에 사람이 필요 없기 때문에 24시간 조업하며 밤에는 1명만이 남아 작업을 감시한다.

<밤엔 한 명만 근무>
작년 8월 이 FA공장이 가동하기 전에는 동경도 히노(일야)시에 있는 공장에서 모터를 생산했는데, 1백8명의 인원이 32대의 로보트를 써서 월간 6천대를 만들 수 있었다.
FA시스팀에 의해 인원은 1백8명에서 60명으로 줄어든 반면 생산량은 6천대에서 1만대로 늘어난 것이다.
경영관리부장겸 사장실장인「가또」(가승진평) 이사는 NC공작기계와 로보트 컴퓨터와 결합으로 1인당 생산성이 10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업용 기계에 맡기고 있지만 제품의 고장 발생용은 0.03%정도로 극히 적다.
33개월에 1개정도의 고장품이 나온다는 얘기다.
모터공장 옆에 있는 로봇공장도 제조과정 등은 모터 공장과 같다. 다만 이곳에서는 조립과정에 다소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체 종사자는 1백명이다.
이곳에서는 30대의 가공 셀로 월간 3백대의 로보트와 1백대의 와이어커트 방전가공기, 1백대의 NC공작기계를 생산한다.
세계 최첨단의 FA시스팀을 갖춤으로써 화낙은 34%라는 일본에서도 최고의 경상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81년의 매상고는 9백23억엔 이었는데 이해 경상이익은 3백21억엔 이었다.
이 숫자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는 자동차왕국 도요따의 경상이익률이 6.7%라는 점과 비교하면 이해가 빠르다.
회사의 전체 종업원은 관리직 연구직·판매직 등을 포함, 모두 1천1백명으로 종업원 1인당 매상고 경상이익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가또」씨는 공장가동용이 26%만 되면 흑자를 낼 수 있는 체제라고 자랑한다.

<가동 26%면 흑자>
화낙이 이처럼 기적에 가까운 기술, 경영성과를 이룩한 배경에는 스스로 새 기술을 개발하고 파격적인 경영기법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이나바」(도섭준우위문·58·공학박사)사장의 짐념이 도사리고 있다.
그의 경영성학은「성능」「신뢰성」「저코스트」로 요약된다.
80년7월2일 부사콤플렉스 건설에 착수하면서 완공일을 11월30일로 결정, 불가능으로 보이던 기간 안에 공사를 마무리지은 것은 그의 일하는 방식을 한마디로 말해준다.
고성능·기신뢰성·저원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그가 최고로 중시하는 것은 연구소다.
화낙본사에 있는 자동화연구소에는 2백명의 연구원이 새로운 기술개발, 기존기술의 개량연구에 종사하고 있으며, 전체 매상의 5%가 연구비로 투입된다. 1인당 연간 2천3백만엔의 연구비를 쓰고 있는 셈이다.
자동화연구소는 제1부 (NC장치)에서 제6부 (방전가공기) 까지 6개부로 나뉘어 있지만 그 안에서 무슨 연구가 진행 중인지는 철저한 비밀이다. 같은 사원이라도 연구소 요원 이외는 출입이 금지돼 있다.
「이나바」사장은 이 연구소 주입연구원의 자격을 겸하고 있어 그 자격으로 출입한다.
이 연구소의 특징은 도서관이 없다는 것. 이 회사의 기술이 세계 최첨단을 걷는 만큼 시대에 늦은 기술서적 등은 볼 필요가 없다는 사장의 지론 때문이다. 연구원뿐 아니라 신임사원들에게 하는 사장의 첫 훈시는 기술서적을 읽지 말라는 것이다. 그 대신 스스로 연구하지 않는 사람은 간부의 자격이 없다고 질타한다.

<부서마다 수면실>
『기술을 모르는 사람이 기술자를 관리한다. 그같은 연공서열적 인사로는 연구개발의 생산성을 저해할 뿐이다. 화낙에 그같은 폐해를 절대 없게 하겠다』고 그는 강조한다.
도서관이 없는 대신 연구소의 설비를 1백% 컴퓨터화, 자동화돼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각부에 수면실이 마련돼 있다는 점.
일하다 지치면 감시 쉬라는 뜻이다.
또 자신이 개발한 제품은 연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생산과정까지 책임을 지고 관여하게 돼 있다.
FA시스팀을 도입하는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원 감축이다. 화낙은 FA모터공장 가동에 따라 50명에 가까운 인원을 감축하면서 이들을 세일즈 엔지니어 등으로 전직시켜 문제없이 해결했다. 노조측도 야간작업이 없어져 공장 무인화를 찬성하고 있다는 것.
로보트가 인간의 직장을 뺏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이나바」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로보트는 결코 인간의 직장을 뺏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이 하고있는 단순하고 가혹한 육체노동을 대신함으로써 인간에게 인간다운 일, 즉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화를 주는 사랑스러운 동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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