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 전염병 막을 수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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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 여름은 예년에 비해 일찍 오고 그 기간이 짧으리라는 것이 기상대의 예보다. 요즘 온도는 보통 섭씨28도 내외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구 같은 곳은 이미 30도가 넘는 무더위를 보여주고 있다. 날씨가 무더울수록 각종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고 식중독이나 수인성질환은 극성을 떨게 마련이다.
제주도에서는 예년보다 30일 가량 빠르게 뇌염을 전파하는 큘렉스 모기가 발견되어 보사부는 24일 전국적으로 뇌염주의보를 내리고 각 시·도에 방역대책을 긴급 지시했다.
주로 3세부터 15세까지의 어린이들이 많이 걸리는 뇌염은 76년을 고비로 누그러지는 듯 했으나 작년 들어 1천1백97명이 걸려 그중 4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작년에 뇌염으로 인한 희생자가 많았던 것은 효과적인 방역체제가 갖추어지지 않았던데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의사뇌염환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행정기관이나 의료기관에 전달되는 시스팀이 미비한데다 혈청항체 측정이 늦어져 희생자가 늘어났었다.
뇌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줄자 예방대책을 게을리 했던 방역당국의 무선경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방역상의 미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금년에는 미리 미리 대비를 하여 한사람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을 당부한다.
무서운 것은 뇌염만이 아니다.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살모넬라균이 금년 1월부터 3월에 이르는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최근 열린 임상병리학회는 보고하고있다. 그 원인이 이상난동 때문인지 병원감염 때문인지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식생활에 조심을 해야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상난동과 같은 기상이변이 있으면 으례 각종 전염병, 그 중에서도 장티푸스·이질·콜레라 등 수인성전염병이 만연하기 마련이다.
보사부는 예년보다 1개월 앞당겨 수인성 전염병의 보균자를 미리 찾아내고 간이상수도·공동우물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며, 일회용 주사기만 사용한다는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고있다지만 이것으로 과연 충분한 방역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와 비슷한 방역대책은 해마다 나왔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그 원인의 하나가 중앙관서간, 또는 중앙관서와 지방관서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갖추어지지 않은데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관서가 중앙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려해도 요원이나 시설·기구부족 등으로 효과적으로 손을 쓸 수 없는 경우도 더러 있다.
수인성전염병의 발생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거나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가 가시지 않는 한 당국이 무슨 묘방을 내놓아도 전염병의 예방은 방지할 수 없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동남아여행객에 의해 클레라가 들어오는 일이 더러 있으나 장티푸스·이질과 같은 수인성 전염병을 퇴치한지는 오래된다.
물론 거기에는 상·하수도의 완비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 선행되어야겠지만 충실한 방역망을 만들어 가동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방역대책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국민각자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노력이다. 건강을 지키는 일은 자신이나 가족뿐 아니라 사회에도 기여하는 길이다.
사소한 부주의나 절제 잃은 식생활로 전염병에 걸리면 그것이 자신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사회전체에도 큰 해독을 끼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당국이 정한 각종 질병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 금년 여름도 건강하고 명랑하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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