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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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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양고기가 수입, 시판된다. 쇠고기·돼지고기 대용으로 양고기가 선정된 것이다. 값이 쇠고기의 절반밖에 안된다. 문제는 우리의 식성이다.
사실, 양고기 수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8년에도 쇠고기파동의 대책으로 2천8백t을 수입, 시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기름기가 많고 양고기 특유의 냄새 때문에 소비자의 구미를 돋우지 못했었다.
이번에도 우리 식성에 맞춰 양고기의 새조리법이 개발되지 않는한 주부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양고기 예찬론자들은 우선 쇠고기에 필적하는 영양을 든다. 양고기 1백g당 단백질은 16·4g으로 쇠고기의 18·6g에는 못미치나 거의 비슷하다. 칼슘이나 총체적인 열량도 쇠고기보다는 부족하나 회분·인·나이아신 등은 더많다. 결국 값은 절반이나 영양은 비슷하다는 얘기.
양고기 조리가 어려운 점은 냄새에 더하여 수분과 지방질이 많은 점. 그래서 포도주·후춧가루·양파즙을 뿌려 냄새를 약하게 하는 것이 조리법의 기본이다.
식도락을 겸해 이왕 소개된 양고기 요리를 들어보면 우선 양념을 해 끓이는 양고기 찜이 있다. 약한 불에 끓여야 제맛이 난다. 또 빵에 끼워먹는 양고기 햄버거·양념튀김·불고기 등이 있다. 불고기는 양념간장에 30분 정도 조려야한다. 이밖에 두부찜·완자전 등도 만들 수 있다.
양은 고기뿐만 아니라 털·우유를 얻기 위해서도 기른다. 우리도 삼국시대부터 길렀다고 문헌엔 적혀 있다. 『남면북양』이란 말은 훨씬 뒤에 생겨난 말이다.
양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 때부터인 것 같다. 몽고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려도경』에 보면 『양과 돈이 있기는 하나 왕공·귀인이 아니면 먹을 수 없다』고 돼있다. 아마 상류층에서부터 먹기 시작한 것 같다.
중국에선 양고기가 쇠고기 만큼 많이 먹혔다. 『예기』에 보면 대부의 밥상 l열에 양고기국이 있고 3열에 양고기구이와 양고기산적이 있다. 중국의 영향을 방아 우리도 양고기국(훈)·산적·구이 등을 먹었으나 흐지부지된 것은 식성보다는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영향으로 본다.
지금 양고기는 세계적인 식품이다. 서양식 양고기 스테이크는 어느 정도 기름을 빼서 굽는 것이 보통이다. 영국 양고기의 수입을 둘러싸고 영·불이 이른바 「양고기전쟁」이라는 무역전쟁을 치른 것도 최근이다. 식량으로서의 양고기 비중을 알 수 있다.
고기용 양은 머튼(mutton)이라 부른다. 머튼 생산은 80년에 소련이 85만3천t, 중공이 74만7천t, 뉴질랜드가 56만t, 호주가 53만9천t이었다.
과연 이번엔 양고기 먹기가 정착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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