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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욕|수목의 향기로 심신을 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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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2면

「삼림욕」- 최근 유럽이나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있는 이름마저 생소한 신종레저다. 숲속의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심신을 단련한다.
해수욕이나 일광욕의 원리와 같이 삼림욕은 수목 속에 전신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옷을 벗을 필요는 없고 수목이 발산하는 물질과 공기를 호흡하는 것으로 족하다. 따라서 누구나 부담 없이 할 수 있고 공해와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인의 심신단련으론 특히 적당하다.
흑림으로 유명한 서독의 경우 삼림욕은 이미 관광산업으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주말이면 관광버스는 도시근교의 잘 조성된 숲을 찾는 관광객으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정부의 임야청에서 삼림욕권유에 앞장서고 있다. 청소년비행방지와 노인의 여가선도의 한 방안으로 일본정부가 구상해낸 관주도의 삼림욕은 최근 도시인의 신종레저로 대중화되고있는 실정이다. 임야청은 작년10월에 제l회 삼림욕대회를 열어 많은 남녀노소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비교적 돈이 적게 들고 산림애호에도 일익을 하는 삼림욕에 대해 알아본다.

<자폐어린이에 자신감|효과>
숲 속에 들어서면 향긋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는 수목이「핀톤차드」라는 방향성물질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 이 물질은 살균작용을 하는 것으로 수목이 주위의 미생물 등의 외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신선한 떡갈나무나 자작나무의 잎을 갈라 그곳에 결핵균이나 대장균을 주입하면 몇 분 안에 균들은 죽고 만다.
이 핀톤차드는 15년 전 소련과학자가 처음 발견했다.
최근 일본의 한 생기상학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체는 수목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즉 사람의 눈동자는 공해가 낀 도시에 있을 때보다 숲 속에 있을 때 더 빠른 속도로 빛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삼림욕은 따라서 신체 각 부분의 활성에 도움을 준다.
서울대 미생물학과 홍순우 교수는 『송진 등 수목의 방향성 물질이나 휘발성물질 (테레핀류)은 향료로 뿐 아니라 약재로도 많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삼림욕이 몸에 좋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숲 속의 풍부한 산소도 건강에 좋다.
또 어린이들에겐 자연의 신선한 공간을 제공, 성격개조에 좋다. 자폐성 기미가 있는 어린이에게 1주일간의 숲 생활은 적극성과 자신감을 키워주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뿐만 아니라 초목이나 작은 숲 속의 동물들은 어린이에게 자연학습의 효과도 크다.

<광릉일대 등 안성마춤|방법>
일정한 룰이나 방식이 따로 없다.
도시락정도를 싸들고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한나절쯤을 숲 속에서 지내는 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좀 더 효과적인 삼림욕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요령도 익혀둘 만하다.
첫째, 나무사이를 뛰어다니거나 나무를 타고 오르는 운동을 한다. 즉 땀을 흘릴 정도로 몸을 움직이면 그만큼 호흡량이 많아져 핀톤차드를 다량 흡수할 수 있다.
둘째, 운동 중에 적당한 휴식시간을 갖는다. 이때는 복식호흡으로 나무향기를 깊이 들여 마신다. 목향의 맛을 음미하면서 정신통일 해 호흡하는 것이다. 그러면 마치 폐의 노폐물이 모두 밖으로 배출되는 듯 상쾌해지며 몸도 가벼워진다.
셋째, 노인의 경우 심한 운동을 하지 말고 숲 속에 나있는 길을 천천히 걷는다. 벤치나 적당한 자연물에 걸터앉아 사색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것이다.
이 같은 삼림욕을 하기에 적당한 곳은 숲이 우거진 곳이면 어느 곳이나 좋다. 자연경관이 있는 곳이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천안의 대상산중턱의 성불사 근방이나 경기도양평군용문산 중턱의 용문사부근, 서울근교의 광릉식물시험장일대는 자연경관과 함께 너른 숲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전국12개소의 청소년야영장이나 내무부가 지난해부터 설치해온 전국3곳의 자연학습원 일대도 삼림욕장으로 이용하기에 적당하다.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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