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선호 부쩍 늘고 기업어음 매입 꺼려|한국은행, 82년 자금순환동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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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의 사채 파동, 낮은 금리체제는 과연 사람들의 돈굴리는 관습을 크게 바꿔놓았다. 또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생명·안전에 대한 관심은 매년 돈의 흐름에 큰 변화를 주고있다.
20일 한은이 분석한 82년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사람들은 1천 원의 돈이 생기면 이중4백74원은 은행에 맡기고(저축성 예금) 2백80원 정도는 국·공채, 주식 등의 유가증권을 사두었으며 보험에든 댓가로 1백 원 정도를 냈다. 그리고 1백3원 정도는 현금으로 갖고 있거나 바로 써버렸고 신탁에 들거나 기업어음을 사는데는 매우 인색해 불과 38원 정도를 할애했다.
이 같은 돈 쓰는 관습은 81년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것으로 ▲사채 파동에 놀란 사람들이 기업 어음을 사거나 단자에 돈 맡기는 것을 몹시 꺼리게 됐고 ▲낮은 금리에 실망한 사람들이 은행예금·신탁에 드는 대신 현금을 더 좋아하게 됐으며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궂은날에 대비해 보험에 드는 사람들은 더욱더 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개인의 여유자금과 소비풍조가 맞아 떨어져 1천 원의 돈을 손에 쥔 사람이 81년에는 단 2원의 현금밖에 쓰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1백3원을 쓰고 있다.(별표참조)
한편 기업들 역시 지난해의 저금리 덕을 톡톡히 봐 지난 한해 동안 끌어쓴 외부자금은 모두 8조1백45억 원으로 81년보다 5.3% 줄어들었고 저배당에 힘입어 사내 저축도 81년보다 8천억 원이 늘어난 3조원 수준에 달했다.
또 지난 한해 동안 정부·기업·민간·해외 부문을 모두 합쳐 각 부문간에 주로 받은 자금 수급의 총 규모는 28조7천3백40억 원으로 81년보다 16%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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