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정물 흐르던 도심하천,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대구 금호강은 1980년대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낙동강 유역 산업단지의 폐수와 도심의 각종 생활 하수가 흘러들어 심하게 오염된 탓이다. 수질을 따지는 기준인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91.2㎎/L로 1급수(BOD 2㎎/L 이하)의 95배나 됐다. 하지만 30년 새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정부ㆍ지방자치단체의 시설투자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자정 노력으로 BOD가 3.8㎎/L로 떨어졌다.

전국 주요 도심 하천이 80년~90년대에 비해 몰라보게 깨끗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전국 574개 하천 중 과거 오염이 심했던 20곳을 골라 수질을 분석한 결과, BOD가 20~30년 전 평균 76.9㎎/L에서 3.8㎎/L로 95% 이상 낮아졌다고 14일 밝혔다. BOD는 물속 유기물이 분해될 때 소모되는 산소의 양을 가리킨다. 수치가 낮을수록 수질이 좋다는 뜻이다. 환경부는 "독일의 라인강에 견줄만한 수질개선 사례"라고 밝혔다. 라인강은 1975년 8.0㎎/L였던 BOD가 지난해 1.5㎎/L로 떨어졌다.

수질이 큰 폭으로 개선된 상위 10개 하천은 대구 금호강, 서울 중랑(BOD 123.1㎎/L→2.6㎎/L)ㆍ정릉천(BOD 52.1㎎/L→1.5㎎/L), 대전 대전천(BOD 48.7㎎/L→1.5㎎/L)ㆍ갑천(BOD 67.7㎎/L→3.0㎎/L), 경기도 안양~서울에 걸쳐 있는 안양천(BOD 146㎎/L→4.7㎎/L), 충남 천안천(BOD 105.3㎎/L→4.1㎎/L), 인천 굴포천(BOD 185.6㎎/L→7.8㎎/L), 경기도 평택 진위천(BOD 149.7㎎/L→7.9㎎/L), 전북 정읍천(BOD 27.3㎎/L→1.6㎎/L)이다(이상 BOD 저감률 기준). 이 중 정릉ㆍ대전ㆍ정읍천의 수질은 청정 1급수 수준까지 올라갔다. 울산 태화강, 경남 창원의 광려천, 양산의 양산천, 전남 순천의 순천동천도 마찬가지다.

물이 깨끗해지면서 떠나갔던 동물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안양천에선 2002년 참게, 2004년 물총새, 2006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가 발견됐다. 대전천에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미호종개가, 광주의 광주천(BOD 56.8㎎/L→4.1㎎/L)과 울산의 태화강(23.9㎎/L→93.7㎎/L)에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이 관찰됐다.

이영기 환경부 물환경정책과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국가수질측정망이 처음 운영된 1982년부터 현재까지 주요 도심하천의 수질을 비교한 것”이라며 “수질 개선은 정부ㆍ지자체의 노력과 주민들의 관심ㆍ참여가 함께 맺은 결실”이라고 밝혔다.

김한별 기자 idst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