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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세상 온 것 같다" 시민들 '열린 청계천'에 감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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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청계천 개통 이틀째인 2일 사람들이 장통교 아래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임현동 기자

청계천 복원 기념 축하 행사로 2일 서울광장에서 ‘궁중 의상 패션쇼’가 열렸다. 왕과 왕비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걸어가고 있다. 임현동 기자

47년 만에 복원된 청계천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뜨거웠다.

오전 10시부터 천변 산책로를 개방한 1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6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복원된 청계천을 보기 위해 몰렸다. 2일에도 30만 명 넘는 사람이 청계천변에 운집했다. 인파 집계는 청계천관리센터가 천변 산책로로 들어가는 30개 진입로에서 계수기로 측정하고, 청계천 양쪽 도로의 시민을 육안 측정한 것으로 90% 가까이 정확한 수치다.

청계천 시민걷기 대회가 열리는 3일에도 인파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개천절을 낀 사흘 연휴 동안 청계천을 찾는 인파는 1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는 안전사고를 우려, 2일 오후 지상파방송 3사와 YTN.교통방송 등에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오전 시간대에 청계천을 찾아주도록 당부하는 자막방송을 급히 요청하기도 했다.

개통식 날에 비해 조금 덥다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수은주가 올라간 2일 오후 청계천 일대는 말 그대로 시민의 축제 마당이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바지를 걷어붙이고 청계천 맑은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광통교.장통교 등 다리 위에서는 청계천 거리예술가 공연이 이어졌다.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시점부인 청계광장 부근이었다. 광장 분수에서 솟구친 물이 폭포수로 쏟아져 내려 5.8㎞의 여정을 시작하는 '팔도석' 웅덩이에는 줄잡아 수십 명의 아이가 뛰어들어 물장구치며 즐거워했다. 한여름철 야외수영장을 방불케 했다.

부인과 함께 청계천을 찾은 박양환(54.성북구 종암동)씨는 "예전과는 딴세상 같다"며 좋아했다. 아들 3형제, 넷째를 임신 중인 아내와 함께 나온 장시영(42.서초구 방배동)씨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캐나다인 브라이언 킹(34.숭실대 영어강사)은 "어떤 사람은 청계천을 두고 굉장히 긴 인공분수라 하지만 나는 아주 마음에 든다. 5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데 그동안 콘크리트 천지였던 곳에 개천이 자유롭게 흘러가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은 화장실.진출입로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가족 나들이 나온 강하석(39.노원구 상계동)씨는 "천변 산책로가 너무 좁아 사람들이 잔디밭이나 꽃나무를 심어둔 화단으로 다닌다. 겨우 화장실을 찾았지만 혼잡해서 이용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여동생 내외와 함께 청계천을 찾은 박조석(57.은평구 갈현동)씨 역시 "관광코스로 개발할 만한 명소지만, 그러려면 천변으로 내려가는 진출입로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청계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모전교 등 일부 다리 난간에는 사람들이 몰려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1일 오후 10시56분쯤에는 유모(50.여)씨가 청계2가 삼일교 위에서 5.5m 다리 아래로 추락,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일 오전 숨졌다. 유씨는 출입이 통제되는 다리 한가운데 조형물에 접근했다가 작품 사이의 가로.세로 1×1.45m 크기의 구멍에 빠져 변을 당했다. 시는 우선 조형물 주변에 임시 방호벽을 설치하고 구멍을 강화유리로 막기로 했다.

한편 1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계천 새물맞이' 기념식에는 노무현 대통령,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소설가 박경리씨 등 각계 인사들과 시민대표 4000여 명이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축사에서 "청계천 복원은 서울의 미래를 바꿔나가는 이정표적인 사건"이라며 "서울의 새로운 발전이 진행되려면 과밀과 집중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시장은 인사말에서 "청계천 복원에 뜻을 같이했던 사람과, 초기 반대했던 사람들이 모두 힘을 모았기 때문에 계획된 예산과 일정 안에 완공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협조해 주신 청계천 주변 상인과 노점상들에게 영원히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계천재개발 상인대책위원회 소속 상인들은 이날 행사를 보이콧했다.

기념식에 앞서 백두산 천지, 한라산 백록담 등 남북한 10곳에서 채수한 '8도 물'을 청계천에 쏟아붓는 합수식 행사가 있었다. 8도 물이 합수되자 청계광장의 분수는 힘차게 물을 뿜었고 시민들 소망이 적힌 커다란 구름 모양의 풍선 10여 개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불꽃놀이 폭죽도 잇따라 터졌다.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일제히 박수치며 환호했다. 이어 광장에서는 보아.김건모.조수미 등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또 오후 8시30분부터는 전날 비로 연기됐던 정명훈씨의 시향연주회가 열려 밤 늦게까지 시민들 발길을 붙잡았다.

1~2일 청계천 일대에서는 한 캐주얼 의류회사에서 자체 제작한 청계천 기념 티셔츠 7000장을 무료로 나눠주는 '청계천 마케팅'이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신준봉.권근영 기자<inform@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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