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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미 스크립스해양연구소 "심해저에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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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멕시코국경 가까운 캘리포니아 연안 라호야시는 스페인어로 보석이란 이름처럼 해안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스크립스 해양연구소는 산호색의 물결이 부서지는 바닷가에 시설과 탐사선을 반쯤은 물속에 담근채로 우뚝 솟아있다. 이곳은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분교의 부설연구기관으로 1903년에 설립되었으며 연구원은 l천2백여명. 연방연구자금을 82년도에만 6천8백만달러나 사용한 미국 해양학연구의 총본산이다.
홍보당당 「재키·파커」여사의 안내로 해양박물관 등을 돌아보고 만난 해양학의 권위자 「레이·웨이스」박사는 해양연구, 특히 심해저자원연구가 현대과학에서 해결해야할 가장 큰 과제라고 역설했다.

<연구원 천2백여명>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대열에 끼어들면서 자원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지상의 자원은 벌써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는데 바로 인류의 고민이 있다.
그래서 지구의 4분의3을 차지하고있는 해저가 누구나 눈독을 들이는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
바다속의 자원개발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수 있다. 바다물속에 용해돼있는 광물질을 정제·추출해내는 것과 근해의 대륙붕에서의 유전개발, 그리고 심해에 무진장하게 깔려있는 망간괴를 캐내는 것으로 요약된다.
독일이 l차대전 패망후에 전쟁에 진 빚을 바닷물속의 금을 추출해 갚으려고 시도했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게 먹혀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염전의 간수를 통해 마그네슘의 70%내지 80%를 이미 바닷물에서 얻고 있으며 화공연료로 쓰이는 브롬은 l백%를 바닷물에서 얻고있다.
우라늄·금·백금 등도 바닷물에서 추출해 내는 연구를 계속해 아직 대량생산이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닷물속에는 육지의 지각속에 있는 모든 광물이 전부 녹아있고 육지의 광물이 바닥이 나게되면 무진장한 자원을 바닷물속에서 얻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바닷물속 광물의 성분은 염소가 55.2%, 나트륨이 30.4%, 유황 7.7%, 마그네슘 3.7%, 기타물질이 3.0%로 바다의 위치에 상관없이 일정한 비율로 녹아있다.
바다가 인류에게 주는 혜택은 해산물과 석유, 희소광물, 소금을 제거시킨 식수, 조류를 이용한 전기발전, 비료·방사선쓰레기 등의 폐기물 처리장 해로교통 등 헤아릴수 없는 혜택을 베풀어 주지만 최근 각국의 관심은 해저에 무진장하게 깔려있는 망간괴에 집중되고 있다.

<우라늄·금도 추출>
이미 유엔해양법회의에서도 격론이 일고 있는 심해저자원개발은 선진국들의 국익과 개발도상국들의 각성으로 미묘한 국제적 분쟁의 초점이 되고있다.
이유는 바다속의 망간괴를 채굴하면 망간·코발트·니켈 등 희소한 금속을 추출할수 있기때문이다.
망간괴는 l873년 카나리군도 페론섬 남서쪽에서 영국의 챌린저호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다. 영국의 탐험가 「제임즈·쿠크」선장이 이끄는 이 배는 3년반동안의 탐험을 근거로 남태평양지도를 작성했으며 영국왕립학회에 제출한 『챌린저 보고서』는 해양과 해저탐험의 새 장을 열게했다.
망간괴란 심해저바닥에 널려있는 감자처럼 생긴 광석덩어리로 위치에 따라 그 크기·모양·성분 등이 다르다.
어떤 것은 콩알만하고 어떤 것은 직경 약1m짜리도 발견되었으며 대체로 감자만하다.
해양과학자들에 따르면 망간괴를 자르면 나이테가 나오는데 나이테 l㎝가 자라는데 1백만년 이상이 걸리고 지역에 따라 성장속도가 빠른 것도 있다. 그 성분은 망간 20∼35%, 철 10%, 코발트 1∼l.5%, 구리 0.5∼3%. 니켈 0.5∼3%정도가 함유되어 있으며 성분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자라나는 망간괴>
해저의 망간괴가 자란다는 것은 확실히 신비로운 일이다. 해양과학자들은 망간괴의 신비를 캐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지만 아직도 그 신비의 베일을 벗기지 못하고 있다. 심해저의 흙은 1천년에 l㎝두께씩 쌓이고있어 감자크기만한 망간괴가 자라는데 수백만년이 걸린다면 이론상 고요한 심해속 퇴적물 깊숙이 파묻혀야 한다. 그런데도 망간괴들이 모두 표면에 솟아나와 있는 것은 아직 신비로 남아있다.
망간괴는 해저의 화산활동과 광수가 솟는 곳에 많은 것으로 미루어 화산활동과 관계가 깊으며 산화·환원 등 화학반응이나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된다는 설도 있다.
심해저자원을 발굴하는 방법도 여러가지. FLIP(Floating Instrument Platform)라고 부르는 긴선박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선수를 수직으로 세우고 해양실험 플래트폼으로 바뀐다. 여기서 각종 자료를 수집, 비교 분석하는 실험이 행해진다.

<채굴방법도 다양>
바닷속 동식물의 생태, 해류 파도의 동태, 오염과 생태계의 영향 근해의 석유자원과 천연가스매장, 망간괴에 관한 연구가 실시된다. 심해저에서 샘플용 해수의 채취는 노르웨이 탐험가 이름을 딴 「난센병」이란 특수금속병을 사용한다.
배디스피어(Bathysphere)란 구형잠수장치는 아래쪽이 무거운 구형의 탱크로 되어있고 바닷속 10㎞이상을 3명이 탑승하여 해저의 표본을 채집할수 있으며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일수 있다. 또 잠수기란 특수잠수장비는 심해 6㎞까지 내려가서 며칠동안 머물수 있고 해군용 원형실험관측기는 해저의 환경을 관측할수 있도록 플래스틱의 구형으로 특수설계 되어있다.
망간수집기는 U형으로 생겨 배에서 원격조종하여 망간괴를 긁어모아 배까지 끌어올린다. 또 그물형 수집기는 청어잡이 트롤망을 개량한 것으로 고기를 잡듯이 해저표면을 긁어 망간괴를 채취한다.
트랙터형장비는 무인차량인 대형덤프트랙터를 바닷속에 넣고 컴퓨터와 연결시켜 대량채굴을 할수 있게했다.
심해저자원, 특히 망간괴에 대한 관심은 불과 20년에서 30년 남짓밖에 안됐다. 심해저자원의 과학적 중요성은 망간·니켈·구리·코발트·납 등을 추출하는 거대한 잠재재원이란 경제적 중요성으로 직결된다.
지금까지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이 미국의 탐사선에 의해 그 분포가 확인되었고 특히 태평양의 북위10도부근과 캘리포니아연안의 것이 성분함량이 높은 양질로 밝혀졌다.
심해저자원이란 인류의 공동유산으로 인류전체의 복지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공동개발탐사 및 관장할 해저관리기구가 발족될 단계에 이르렀다.
【라호야(미 캘리포니아주)=이영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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