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박 대통령, 다른 나라 얘기 하는 줄 알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도서관에서 “정부의 경제 방향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며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개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이때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의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개헌논의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발언이다.

 문 위원장은 “대통령은 국회에 ‘감놔라, 배놔라’ 할 자격이 없다”며 “대통령이 왜 헌법을 논하는 것조차 금하게 하고 여당을 거수기 노릇하게 하는가. 그것은 대통령의 권한을 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제활성화 때문에 안 된다는 말도 맞지 않는 게 1987년 개헌 때 경제성장률이 역대 최고로 올랐다. 앞으로 12개월 이상 큰 선거가 없는 이런 적기가 어디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 대해 종합적으로 “시간은 길었지만 내용이 없었고, 말씀은 많았지만 희망이 없었다”며 “혹시 대통령께서 오늘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혹평했다. “어제 기자 회견을 보면서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 대통령이 보는 경제지표와 국민이 보는 경제지표가 정반대로,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문 위원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부채 폭탄, 자영업자 부채 폭탄, 국가부채 폭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온 나라가 빚 갚느라 허리가 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빚내서 집 사고, 빚내서 아이들 교육하라는 정부정책은 서민들로선 대책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인적 쇄신’ 문제에 대해선 “대통령은 측근들에 대해 ‘사심이 없다’ ‘항명파동이 아니다’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두둔했다. 청와대 안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 안에서 지휘 책임을 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따졌다.

 문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선 “어떤 분은 제가 박 대통령을 좋아하니 ‘호박(好朴)’이라고 하다가 ‘애호박(愛好朴)’이라고 하는 분까지 계셨다”며 “전 그렇게 불쾌하지 않았고,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라도 대통령은 48.5%의 반대세력까지 껴안고 보듬는 100% 청와대, 어머니와 같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동영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우경화’를 이유로 탈당한 데 대해 문 위원장은 “섭섭하고 서운하다. 꼭 전당대회 진행 중인 이 시점에 나갔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고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당내 차기주자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엔 “안희정 충남지사는 유연성, 박원순 서울시장은 실용성, 문재인 의원은 휴머니즘, 정세균 의원은 안정성, 안철수 의원은 지성, 이인영 의원은 역동성, 추미애 의원은 기품이 장점”이라고 답했다.

글=이지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