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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조리사 50명이 '맛 서바이벌' 나선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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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봉영(58·가운데)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이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요리경연대회’에 참석했다. [사진 제일모직]

“튀김 기름은 어떤 기름을 썼어요?”

 1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한가람 음식점. 요리 경연에 낼 음식을 만드는 한 조리사에게 김봉영(58) 제일모직 리조트 건설부문 사장이 질문을 던졌다. 식재료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기름은 뭘 썼는지를 꼼꼼히 챙겼다. 한때 삼성전자에서 ‘경영진단’을 했던 김 사장이 토크(요리사 모자)를 쓰고 음식을 챙긴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2011년부터 제일모직의 전신인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를 맡아온 김 사장은 ‘에버랜드’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세계적인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를 벤치마킹을 하려 했지만 에버랜드는 디즈니랜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부딪혔다. 한해 800만명이 찾는 국내 대표 놀이공원이지만 고유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인 것도 운신의 폭을 좁혔다. 또 키즈카페와 대형쇼핑몰이 아이들을 데려가는 대체제가 되는 것도 위기였다.

 그가 찾은 것은 ‘음식’이었다. 에버랜드는 지난해 처음으로 조리사를 상대로 ‘요리 경연대회’를 열었다. 조리사들이 지난해 출품한 음식 가운데 우수작으로 뽑힌 ‘로티서리 치킨과 구운야채’ 메뉴는 실제로 지난 한해 방문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다.

 올해 두번째로 열리는 ‘요리 경연대회’엔 에버랜드 조리사 50명이 모두 참여해 100종의 다양한 요리를 내놨다. 에버랜드를 찾은 손님과 내부 평가단, 김 사장과 조병학 부사장 등 경영진이 ‘맛 평가단’이 됐다.에버랜드는 평가단이 선정한 우수 요리를 오는 3월부터 실제 신(新)메뉴로 선보이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방에서 묵묵히 일하는 조리사들이 이날만큼은 주인공이 되고, 축제형식으로 개최되는 경연에 고객들이 참여할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요리경연 외에도 에버랜드는 올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엔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 사이 부지에 호텔을 짓기로 했다. 또 수목원과 같은 에코파크 개발로 유니버설스튜디오나 디즈니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김 사장은 “한층 높아지고 있는 고객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고객 서비스를 혁신하고 고객과의 소통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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