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승객·대표단 출국-한·중공 합의각서 교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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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공여객기 피랍사건 처리를 위해 협의를 계속해온 한·중공 양국은 10일 상오10시30분 양측대표간에 합의한 각서(memoransum)에 서명, 발생 닷새만에 사건을 마무리 지음으로써 승객과 승무원 및 대표단은 이날 하오 3시45분 중공을 향해 김포공항을 떠났다. 우리측의 공노명 외무부 제1차관보와 중공측의 심도중공민항 총국 국장 등 양측 수석대표는 이날 상오 양측 대표단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호텔 신라 루비 룸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그동안 협의결과를 묶은 9개항의 각서에 서명했다. <관계기사 2, 3, 5, 10, 11면>
양측의 합의에 따라 중공대표단 중 21명과 피납기의 승객·승무원 95명 등 총1백16명은 중공대표단이 타고 온 보잉707편으로 이날하오 떠나고 피납기의 중상자인 승무원1명은 서울에서 계속 치료를 받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될 때까지, 또 중공대표단과 함께 온 예비승무원 10명과 의사 1명(유안) 및 연락관 1명(이극리 통역) 등 13명이 한국에 남고 국내재판에 회부될 납치범 6명도 남는다.
양국대표가 서명한 9개조항의 각서내용 중 그동안 가장 큰 이견으로 난항을 거듭해온 양국 국호사용 문제는 본문에 명기하는 대신 서명자의 자격에 대한민국 (The Republic of Korea)외무부 제1차관보 공노명 중화인민공화국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중공민용항공총국장 차도란 타협적인 형식으로 해결했다.
양측은 『이번 사건 처리과정에서 충분히 발휘된 상호협조의 정신이 금후 양측이 관련되는 긴급사태 발생시에도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그들의 희망을 표명했다』(9항)고해 한·중공양국이 앞으로 비슷한 긴급사태에 협조할 수 있는 길을 공식적으로 터놓아 미 수교상태인 양국관계를 완곡하게나마 사실관계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측은 또 문서작성 교선 과정에서 양측사이에 쟁점이 되어왔던 납치범 처리문제를 각서에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납치범들에 대한 그들의 권리유보를 배척, 국호사용 문제와 함께 양측의 입장을 살리는 절충을 택했다.
심도 총 국장은 기체의 안전과 승무원 및 승객의 건강, 그리고 부상자의 치료를 위해 한국이 취한 신속하고도 적절한 조치에 대해 감사의 듯을 표명했다(8조)고 밝혔다.
그동안 양국이 지난8일 하오 이 사건 처리에 관한 원칙적인 합의를 본이래 양측 실무자들은 9일 0시부터 합의문서작성에 들어갔으나 ▲국호사용문제 ▲양측 대표자격문제 ▲범인처리문제 등을 둘러싸고 양측간에 의견이 팽팽히 맞서 6차례의 실무교선 끝에 10일 상오 l시15분에 극적으로 양측 입장을 절충하는 선에서 타협을 보았다.
이로써 피납기승객들은 한국에 도착한지 1백22시간만에 중공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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