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측 대표단의 「언행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번에 한국에 온 중공 측 일행은 2박 3일간 머무르는 동안 대체로 말과 행동을 절제하는 인상이었다.
대부분의 말은 수석대표인 심도 총국장이 했고 나머지 대표들이나 수행원들은 인사를 하거나 가벼운 의사표시만 했을 뿐 말이 적었다.
심총국장 역시 공개적으로는 정치적·외교적인 의미가 있는 말은 별로 하지 않았다.
○…특별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내린 후 이 들이 한말 가운데 그래도 의미 있게 들린 것은 배경에서 서울까지 바로 올 수만 있다면 짧은 거리인데 왜 돌아와야 하는지 유감으로 생각한다』 (심도 총국장)는 말.
마중 나간 공로명 한국 측 수석이 『오시느라 피곤하겠다』고 한말에 대한 대답이었는데 장차 언젠가는 열릴지도 모를 서울∼북경간 직항노선 개설 필요성을 중공 측 요인이 처음으로 토로한 발언인 셈.
심총국장은 서울에서 첫 날밤을 보내고 난 8일 아침 호텔 신라의 정원을 산책하면서 같은 얘기를 했다. 그를 안내한 호텔의 김기섭이사가 동경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한국이나 홍콩을 우회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하자, 심총국장은 『북경에서 서울로 바로 오는 항공로를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말을 한 것.
○…이번 하이재킹에 대한 중공측 발언은 표현이 매우 강경했다.
『비행기 납치자들은 무력을 가진 폭도이며 「체포하려고 수사중인 범법자이기 때문에 넘겨줘야 한다』(7일 김포공항회견에서 심 총국장)고 했고『이 사건을 국제조약에 근거해 처리해야 한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승객·승무원·비행기와 범인들을 넘겨줘야 한다』(심 총국장·공장기자회견)는 말을 되풀이해 강조.
공항에서 심 국장은 또 조중훈 KAL사장에게 『우리는 같은 동양인이니 동양 철학과 예법에 따라 협조하자』는 말도 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좋았다는 발언이 많았고 우리측의 대접에도 만족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착륙하면서 보니 「고소도로」 (고속도로)가 인상적이었다. 점심으로 먹은 요리가 맛있고 고기가 연하다. 포도주가 스위티 하다(달다). 포도주는 중국에서도 「포도주」라고 한다』(7일 하오 2시 25분부터 시작된 호텔 신라에서의 오찬에서 중공 대표단이 우리대표단에게 한 말) .
심총국장은 『지금까지 한국정부가 취한 조치는 모두 정당한 것으로 평가한다. 우리도 이 문제를 원만히 처리할 것을 원하고 있다』 (7일 하오 1차 회담)고 했고 한 중공대표는 7일 코리아 하우스 만찬에서 『일정도 잘 짜여지고 접대도 융숭해 고맙다』고 했다.
한 중공대표는 8일 호텔 신라의 중국음식점에서 점심을 들며 『서울 시내는 대단히 보기 좋다』고 했다.
심총국장은 8일 아침 호텔을 산책하며 김이사에게 『호텔 서비스가 매우 좋다. 주인이 누구인가. KAL도 삼성그룹의 것인가』고 물어보더라고 했다.
이들은 말 가운데 한국에 대한 호칭은 자주 「귀국」이란 표현을 썼고 「국제협약」은 「국제공약」이란 말을 썼으며 자국을 말할 때는 물론 「중국」이라고 했다.
○…이들은 간간이 중공얘기도 했는데 8일 호텔 안 중국음식점에서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심총국장은 『중국의 학제도 6, 3, 3, 4제로 한국과 같다』고 했고 『북경에서도 비닐재배를 하고있다』 (한 중공대표)는 말도 나왔다. 이 자리에서 중공에도 흰빵이 있느냐는 물음이 있자 중공대표는 『밀가루는 모두 같은 것이다』고 했다.
7일 코리아하우스 만찬에서 심총국장은 자기고향인 항주를 설명하면서 중국속담에 하늘 위에 천당이 있고 땅위에 항주가 있다』는 말이 있다고 자랑.
심총국장은 7일 밤 10시 15분 워커힐에 들어있는 피납기 승객들을 찾아 위로하면서 특히『…한국이 자유가 많은 나라임을 선전하겠다』고 했다. 『한국정부가 여러분의 안전을 전보로 통보한바 있어 안심하고 있었다. 춘천과 서울의 시민들이 여러분을 환대했다는 소식을 본국에서 듣고 매우 감격했다. 귀국하면 한국인의 환대를 널리 전하고 「한국이 자유가 많은 나라임을 선전하겠다. 북경으로 전화를 해 대륙인민들에게 여러분이 잘 있다는 얘기를 전했는데 전인대를 비롯, 모두들 여러분이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원하고있다.』
○…7일 낮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몰려든 기자들이 열띤 취재를 벌이자 심총국장은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 사진 많이 찍으시오』라고 했고 이날 호텔 신라에서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도 보도진이 양측 수석대표의 악수하는 포즈를 거듭 부탁하자 심수석은 『우간디 황디』 (무관의 황제)라고 조크. 그는 또 오찬 후에도 『우리사람 밥 많이 먹었는데 기자 사람들은 배고픈데도 사업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했다.
○…본안문제에 관한 절충이 본격화한 8일 하오의 3차 회담과 이날 심야의 문서화작업을 위한 실무회담에서 중공 측은 자기들의 대표인 심국장을 『「센투」선생』이라고 호칭.
심수석대표는 3차 회담에서 비로소 경비문제를 꺼내 『승객·승무원과 우리 일행들이 체재한 경비명세를 제출해주면 본국에 돌아가 지불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 한국 측이 납치범들을 우리재판에 회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우리는 납치범들의 처리와 재판에 있어 계속 인도를 요구하는 권리를 보유한다는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소설 「그 찬란한 여명」 오늘 쉽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