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산업의 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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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0년대의 산업정책과 구조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무리 토의해도 모자라는 우리경제의 최대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5차 5개년 계획수립 때부터 제기되었던 이 문제는 그 포괄범위가 너무 광범하고 그 영향의 파급이 심대할 뿐 아니라 경제의 총체적 효율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어서 신중을 거듭한 숙고가 필요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에 당정협의회에 올려진 정부의 시안도 행정부의 최종적인 결론이라기보다 각계의 공약수를 추출하는 과정으로 보고 싶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장기계획의 시각에서 산업정책의 개편방향을 논의할 때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는 우선 8O년대 이후의 산업구조를 어떻게 재편해 가야 할 것인가 하는 1차적인 물음이다.
여기서 말하는 산업구조재편이란 현존의 산업구조에 명백한 비효율과 불 합리가 내재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4차 5개년 계획 후반 이후 이런 인식은 널리 받아들여졌는데 그 주된 배경은 누적된 개발의 불균형과 투자의 편중, 산업지원의 무원칙으로 인한 자원낭비와 산업의 독과점화 내지 비 경쟁화 등 이 지적되어 왔고 현상적으로는 산업간, 지역간 불균형과 중복투자, 소득의 편재와 장기적인 경제능률의 저하현상 등 이 두드러졌다.
이런 문제들은 경제관료나 민간경제계에서도 진작부터 우려해 왔고 산업정책개편 안이 나오게 된 기반이기도 하다. 이번에 제출된 시안은 비록 그 동안의 행정부 의견을 절충한 것이라 해도 완벽을 주장하기 어려운 것은 주요쟁점의 완전한 해소에는 아직도 더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산업정책의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원제도의 개편은 원칙에서 볼 때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의 산업지원이 너무 포괄적이고 정부주도형이어서 국민의 부담이 커진데 반해 지원의 효율은 도리어 낮아지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제도를 고쳐 지원의 전략화, 기능화라는 초점으로 축소시키고 나머지는 경쟁화로 유도하는 것은 불가피한 방향이라 하겠다.
지원의 남발은 특혜경제와 비효율의 온상이 될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산업지원을 전면축소하고 기능중심으로 전략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갖가지 특별지원법도 과감히 개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주요쟁점인 수입자유화문제는 여전히 부처간, 산업간 이견이 현저한 것 같다. 그러나 산업구조의 재편이 기본적으로는 산업 내지 경제의 총체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시장의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쟁체제의 도임은 불가피한 현실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그것이 현실경제와의 유기적 연 관을 잃을 경우 단기적 손실이 너무 크다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내외의 경쟁유도는 당연히 내외시장의 변화추세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실현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국내고용·소득의 이동도 함께 고려돼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수입자유화율의 제고는 수치적 목표 접근보다는 시장구조의 변화를 먼저 주목하는 탄력적인 것이 돼야 할 것이다.
효율과 경쟁력을 상실한 사양산업 문제도 결국은 장기적인 재편과정에서 과감히 정리할 필요는 있으나 고용과의 연관 아래서 정부가 거중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황산업정리법안의 구상이 이런 방향이라면 필요한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구조와 지원제도의 개편은 단순히 행정부처나 경제계의 기득권이나 관할의 문제가 아님을 관련당사자들이 유의하도록 특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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