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깊이보기:2000년 이후 한국 음악시장

이통사의 시장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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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일단은 긍정적이다. SKT의 멜론, KTF의 도시락, LGT의 뮤직온이 음으로 양으로 작용해 저작권 관련 법률의 강화, 많은 무료 사이트의 폐쇄,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기술의 개발을 이끌어내 디지털 유료 음악 서비스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했다. 하지만 신뢰와 사랑이 없는 이런 결합에서 두 파트너는 싸움을 벌이기 쉽다. 산업질서가 새로 헤쳐 모이는 데는 혼란이 따르게 마련이다.

우선 막강한 이동통신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릴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SKT는 주요 유통사인 YBM서울음반을 인수하고 음반 제작비의 선별적 지원 등을 통해 음악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음원 권리자의 요율 분배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기업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경우는 많다. 음악 산업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자금을 대는 편이 힘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상대에 대한 존중과 정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이 산업 재편의 핵심은 제작자에게 우수한 신곡을 계속 내놓을 수 있도록 적절한 이익을 보장해 주고, 동시에 이동통신사에도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이익을 주는 것이다.

대자본의 유입으로 블록버스터가 성행하고 독립영화가 위축돼 다양성이 훼손된 영화계의 부작용이 음악산업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개봉관이 한정된 영화산업과는 달리 디지털 음악시장은 무한대의 곡들을 올릴 수 있고, 과거보다 제작.유통 비용이 저렴하므로 다양성이 오히려 제고될 가능성도 있다.

이통사와 음악산업계 간 갈등의 장기화는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 수도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호환성을 불허하는 등의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시장점유율만 높이려 하기보다는 다양한 상품의 개발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경쟁으로 가야 한다. 제작자도 과거의 곡들에 대해 높은 가격을 받아내려고만 하기보다 우수한 신곡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결혼하면 한쪽의 마음대로 살 수는 없다. 필요에 의한 결합이었지만 양보하고 사랑을 키워서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게 양쪽 모두의 살 길이다.

한순구.연세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