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처럼 될수있다 " 김정일 압박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검토 중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11일 보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에 대한 '표적 공격'방안은 국방부 등 미 행정부 내 강경파가 구상하는 대북 억지력 확보 전술의 일환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당신도 사담 후세인처럼 될 수 있다'는 암시를 줌으로써 그의 행동 반경과 정책결정에 군사.심리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표적 공격설의 실마리는 김정일 자신이 제공했다는 것이 뉴욕 타임스의 지적이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준비하던 지난 2월 12일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한 이래 매년 참석하던 최고인민회의에도 불참하는 등 공식 활동을 중단했다. 50일간 행방이 묘연했던 김정일은 지난달 3일 김형직 군의대학을 방문함으로써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 정보 당국은 김정일이 후세인에 이어 자신이 미국의 다음 공격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실질적 우려 때문에 행방을 감췄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3월 초부터 한달간 독수리 훈련 및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을 실시하기 위해 F-117 스텔스 전폭기 6대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B1.B2 전폭기 20여대를 괌에 배치하자 이를 의식해 김정일이 잠적했다는 것이다.

미 국방 당국은 이 점에 착안, 북한 지도부에 대한 정밀 타격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군사.심리적 억지력을 확보하겠다는 전술적 계산을 했다는 것이 뉴욕 타임스의 지적이다.

이 신문이 인용한 국방부 고위 관리는 "미국이 북한 최고 지도부에 대한 정밀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북한이 깨닫는다면 우리의 대북 억지력은 훨씬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표적 공격설의 배경을 워싱턴의 강온 갈등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北京) 3자회담 이후 대북 정책을 둘러싼 미 행정부 내 강온파의 갈등이 겉으로는 봉합됐다지만 물밑에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양측의 파워게임은 저울추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뉴욕 타임스의 보도는 대북 정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강경파가 일부러 언론에 흘린 설익은 얘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그러나 김정일이 과거에도 한 달 이상 잠적한 사례가 많다고 말한다.

김정일의 잠적이 미국의 공격 가능성을 의식한 결과가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김정일은 지난해 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키자 35일간 잠적한 바 있다.
최원기 기자brent1@joom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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