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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신당 창당" … 대선후보 출신 정동영 네 번째 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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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전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정 전 의원은 재야와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신당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김경빈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인 정동영 전 의원이 11일 ‘진보 신당’ 창당을 선언하며 탈당했다.

 새정치연합 전신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 전 의원은 2009년 4월 고향인 전주 덕진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민주당을 떠났다가 복당했다. 2007년 대선 국면에선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제3지대 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엔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며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이번이 네 번째 탈당이다.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표적 민주-진보 인사들이 참여한 ‘국민모임’이 촉구하고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이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며 “새정치연합과 진보정당들을 넘어서서 새로운 큰 길을 만들라는 시대적 요청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동참을 선언한 ‘국민모임’은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 영화감독 정지영씨와 명진 스님 등 통합진보당 식의 종북 노선에 반대하고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는 학계와 재야, 종교계의 진보 인사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에 대해선 “진보적 가치들이 사라지고,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을 따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세월호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의 가이드 라인에 따라 여당 협상안을 그대로 수용했다”며 “제1야당이 ‘우경화의 늪’에 빠져 새누리당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 전 의원과 함께 최규식·김성호·임종인 전 민주당 의원과 최순영 전 민노당 의원 등도 신당에 합류키로 했다. 정 전 의원이 합류한 ‘국민모임’은 오는 4월 29일 보궐선거 참여를 결의한 상태다.

 정 전 의원과 신당추진 세력은 4·29 보선 지역 중 오병윤 전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을을 승부처로 생각하고 올인한다는 전략이다. 이 경우 신당 합류설이 나오는 새정치연합 천정배 전 의원이 광주 서을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천 전 의원은 11일 “당장 탈당할 생각은 없다. 관망 중”이라며 잔류와 탈당 가능성을 모두 열어뒀다. 정 전 의원은 회견에서 “지금은 혼자지만 나중에 수많은 동지들이 함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4월 보궐선거에 자신이 직접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선 “출마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새정치연합 재선의원은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당에서 입지가 축소되자 정치적 활로를 찾기 위해 ‘진보’라는 이름을 빌려 떠나는 건 정당하지 않다”며 “정 전 의원이 또 한번 조급한 탈당을 선택했는데 야권분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서승욱·위문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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