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넘어진다 … 포기란,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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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가수 강원래(46·사진)씨가 다음 달 대학 졸업장을 받는다. 1988년 대학(강릉대 산업공예학)을 중퇴한 뒤 26년여 만이다.

 강씨는 2012년 서울문화예술대(총장 이동관) 연기예술학과 2학년에 편입, 학업을 이어왔다. 그는 “창작 뮤지컬 감독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 늦깎이지만 대학생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1996년 남성듀오 ‘클론’으로 데뷔, 인기를 누리던 강씨는 2000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 연예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꾸준한 재활과 심리치료 끝에 활동을 재개했다. 장애예술인 공연단 ‘꿍따리유랑단’ 단장으로서 전국 갱생원, 보호관찰소, 교도소를 돌며 문화 공연으로 희망을 전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일엔 서울 홍제동 서울문화예술대에서 ‘다시 꾸는 나의 꿈’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강연엔 지역주민 등 300여 명이 몰렸다.

 강씨는 “누구나 넘어질 수 있다. 넘어지는 게 포기가 아니라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게 진짜 ‘포기’”라며 “나에게 ‘재기’란, 다시 일어서서 무대에 오르는 게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사랑했던 무대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무수한 역경을 이겨내기까지 나와 함께 해준 이들이 있기에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었고,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엔 결혼 13년 만에 아들 선을 얻었다. 강씨는 “어려운 시기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제2의 인생을 살며 다시 꿈을 꿀 수 있었다. 여러분들도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사랑한다’, ‘고맙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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