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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워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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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스워치」라는 시계가 등장했다. 스위스의 한 유명 시계회사제품. 우선 「스위스」와 「워치」(시계)라는 말을 합쳐 「스워치」라는 말을 만들어낸 스위스 사람들의 궁리가 재미있다. 시계왕국의 명예를 되찾으려는 야심이 만만찮다.
스위스는 1979년부터 지난1세기동안 지켜온 시계 명산지의 지위를 잃기 시작했다. 그해 세계시계시장의 점유율은 스위스가 18%에 그쳤다. 전자시계의 생산으로 그 뒤를 쫓던 일본이 기선을 빼앗고 만 것이다.일본의 세계 시계시잠 점유율은 20%였다.
세계의 시계생산량은 년3억5천만개. 이 가운데 전자시계가 70%며, 나머지는 재래의 기계식시계.
스위스가 이번에 개발한 스워치는 우선 값이 싸다. 23∼25달러. 우리 돈으로 2만원도 못된다.
그러나 성능과 견고성에선 결코 허술하지 않다. 시간의 오차가 하루 1초미만인가 하면 완전방수에 무게까지 가벼워 20g.
스워치의 비결은 부품의 간소화다. 종래의 시계부품 1백50개에 비해 스워치의 부품은 불과 51개다.그래도 시·분·초침은 물론 요일과 날짜까지 표시되어있다.
스위스는 뒤늦게나마「경·박·단·소」시대에 눈을 뜬 것 같다.
일랙트로닉스(전자)문명의 파일러트인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모든 상품은 저조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18세기 이후 모든 산업이 앞을 다투어「중·후·장·대」의 규모를 지향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젠 「세계 제일」의 기준도 얼마나 큰가가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의 고집적화는 자원과 에너지와 공간의 절약을 필요조건으로 하고 있다. 지금은 얼마나 큰가가 아니라 얼마나 작은가를 놓고 새 상품들이 경쟁을 벌이지 않으면 안된다.
크기뿐만 아니라 가격에서도 마찬가지다. 부품의 간소화는 필연적으로 원가의 절감을 가져온다. 값이 싸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기술혁신을 통해 컬러TV의 값을 내린 경우가 있었다. 부품을 줄인 것이다. 스위치가 바로 그런 예다.
값싼 자원, 값싼 에너지시대엔 이들을 대량소비하는 중화학공업이 각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현실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생자원, 생에너지, 생공문의 「3생」이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요건이 되었다.
경·박·단·소의 시대가 실현되면 우리의 생활 환경에도 변혁이 일어날 것 같다. 대형자동차, 대형선박, 대형열차의 쓸모는 날로 줄어둘 것이다. 공장도, 창고도 마찬가지다. 아마 사무실도 지금과 같은 규모와 크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라이프 사이언스(생명과학)가 발달하면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의 양까지도 줄일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러면 언젠가는 우리의 인신도 왜소해지지 않을까. 아무튼 우리는 매일매일 놀라운 경험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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