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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문건 유출, 국민께 송구" 첫 공개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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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과 위원님들께 심려 끼쳐드려 참으로 송구하다”며 “자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9일 청와대 문건 유출 책임론에 대해 “결코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며 ‘제 소임이 끝나는 날’ 언제든 물러날 마음 자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건유출 사건으로 인해 국민과 위원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참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다.

 김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와 첫 공개사과를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이 박지만 EG 회장에게 전달된 것과 관련해서도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했다. 그러곤 “박 회장에게 앞으로 근신하라고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1월 하순경 박 회장으로부터 ‘미행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해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며 “박 회장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한테 물어보면 잘 알 것’이라고 해 그런 사실이 있는지 물었고 ‘전혀 아는 바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이 자신을 미행한 이로부터 자술서를 받은 게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그걸 보내주면 확인해보겠다고 했는데 자술서를 보내오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에 대해선 “제가 거느리고 있는 비서들로 아무런 권한이 없다. 문서에 나온 것처럼 떼를 지어 모여서 외부 사람들과 국정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은 전혀 없다. 매우 억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선 실세 운운하는데 ‘잃어버릴 실(失)’의 실세가 있을지 몰라도 ‘열매 실(實)’자 실세는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문답.

 - 정윤회 문건을 보고받은 뒤 묵살했는데.(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

 “전부 허위라고 확신했다.”

 -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에게 문건 내용을 확인했나.(김경협 의원)

 “정윤회는 지난 2004년 이미 대통령 곁을 떠났고 만남이 없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박지만이라는 분도 청와대 가까이 온 일도 없기 때문에 서류 전체가 허위라고 봤다.”

 - 청와대 문서가 외부로 유출된 걸 알았을 때 왜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강한 의심을 가졌지만 결정적인 시기에 수사의뢰를 하지 않으면 미궁에 빠지고 불법행위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 결정적인 순간이 (세계일보가 문건을 보도한) 11월 28일이다.”

 - 거취에 대한 생각은.(김재원 의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대단히 죄송하 다. 개인적으로도 자식이 병원에 누워 사경을 헤맨 지 1년이 넘었는데 자주 가보지도 못한다. 인간적으로 매우 아프다. 그러나 불철주야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을 미력이나마 보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 ”

 김 실장과 함께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된 이재만 비서관은 종일 굳은 표정이었다. 옆 사람과 한마디 말 없이 때로 초조한 듯 손가락을 매만졌다.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인 최순실 씨를 만난 적 있느냐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정윤회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할 때 본 적은 있다”고 답했다. “최씨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권호·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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