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V 드라마 〃무대·소재등 현세태와 동떨어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매일 연속극들이 잘못 꾸며지고 있다. 첫째로 시추에이션의 문제-TV극은 시청자에게 가능한 것, 체험하기 쉬운것들, 이른바 일상성을 바탕에 깔아야 한다.
그러려면 무대가 되는 세트부터 시청자들의 생활상황과 맞아야 하는데 KBS나 MBC가 10편이 넘는 매일연속극을 방영하고 있지만 모든 드라마가 웅장한 한옥을 무대로 삼는다.
대개의 시청자는 양옥이나 아파트에 사는데 일부지역에 남아있는 한옥을 즐겨 활용하는 것은 손쉬운 장면처리만 노린 탓일 수밖에 없어 생활환경의 공감력을 기대할 수 없다.
KBS 제1TV의『고교생 일기』는 청소년들의 학교생활과 우정을 다루는 계도성을 지닌 시추에이션 드라마다.
30명쯤의 남녀 고교생이 한반에서 공부하는 학교가 어디 있는가. 어느 연구학교의 특수한 상황을 근거로 삼았다면 큰 잘못이 아닐 수 없다.
대가족구성도 틀렸다. 결혼한 동생내외와 한집에 사는 『보통 사람들』, 친정살이하면서 북적대는 『다녀왔습니다』와 『새댁』등 도무지 요즈음 세태와는 동떨어진 상황들이다.
다음 홈드라마의 문제- 『고교생 일기』 『산유화』 『다녀왔습니다』말고는 모두가 계도성을 지닌 시추에이션물이면서 하나같이 홈드라마의 형식을 빌고 있다.
식료나 의류산업 또 교육시설의 확충은 이른바 가정기능의 외재화 추세를 빚고 있다.
이런 사정은 가정기능이 약해져 홈드라마의 패턴도 퇴색되고 있는데 계도력을 발휘하겠다는 상황설정으로 일제히 홈드라마 형식을 쓰는것은 이런 현실적 정황에 둔감한 소치가 아닐 수 없다.
끝으로 소재와 표현문제-상당한 교양수준에 있는 중류계층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면서도 소재나 표현은 어설퍼 역겨움만을 준다.
MBC-TV의 『새댁』(16일)은 어머니에게 「제 안사람」 「제처」따위의 말씨가 비위를 상하게 했고 『다녀왔습니다』에서 장인에게 「제처」하는 사위나 쌍둥이보다는 드리런을 치라는 장인도 2푼수여서 교양 있는 중류층에 불쾌감만 더하는 표현들로 시청자의 지식수준에 벗어난 보기들이다.
홈드라마가 애용된다는 건 2∼3개의 세트에 7∼8명의 탤런트면 꾸려갈 수 있어 제작비가 싸게 먹히고 상상력만 풍부하면 쉽게 극본을 엮어낼 수 있는 편리한 점이 큰 이유가 된다. 그러나 계도력을 내세운다면 이런 편한 방법을 따라서는 안될 것이다.
신규호<방송 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