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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교사 "다음달 수시모집 큰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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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권위의 NEIS 인권침해 권고 결정에 대해 일선 학교 정보담당 교사들이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CS에서 NEIS로 자료를 옮겨놨다가 인권위 권고에 따라 다시 CS로 자료를 옮겨야 하는 교사들은 아예 일손을 놓는 등 태업 조짐마저 보이고 있었다.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을 쓰라고요? 그거 다른 데 쓰고 있는데…."

대전시 동구 동대전초등학교 교사들은 1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전날 내린 권고 결정에 당혹스러워 했다. 교무.학사 등의 업무에 속한 학생 신상정보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서 관리하지 말고 기존 시스템인 CS로 관리하라는 게 인권위의 권고안이다.

하지만 이 학교의 CS 서버는 지난해 11월 이미 폐기됐다. 교육청 등 당국이 지난해부터 CS를 폐기하고 서버를 재활용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학교는 서버를 노후한 PC에 연결해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데 쓰고 있었다.

이 학교 이민(李珉.45)정보부장교사는 "CS로 돌아가라면 반대 결사체라도 만들어 저항하겠다"며 "NEIS를 반대한 전교조나 인권위 사람들이 와서 한번 해봐라"고 말했다.

◆CS 폐기 학교 상당수=상당수 지방 학교들은 NEIS를 조기에 정착하라는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 CS를 폐기하거나 타 용도로 재활용하고 있다. 인권위의 권고가 곧바로 시행되기 힘든 이유다.

서울 배문고도 지난해 CS를 폐기했다. 하지만 동대전초등학교처럼 다른 용도로 쓰지는 않고 보관해 왔다. 이 학교 손성호(孫成鎬)교육정보부장교사는 "(교육부 말 듣고) 타 용도로 써버렸으면 큰일날 뻔했다"며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CS 서버가 있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NEIS에 입력된 자료를 다시 CS로 옮기려면 변환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개발이 안된 상태다. 상당기간 NEIS에 따른 혼선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각종 문제 속출=서울 광양고 강동희(姜東熙)부장교사는 "NEIS 자료를 CS로 옮길 경우 학년별로 새로운 문제에 부닥친다"고 말했다.

특히 2학년이 가장 큰 문제다. 2학년 이하에서 적용되고 있는 7차 교육과정의 각종 선택과목들이 CS에서는 과목 코드를 부여받지 못해 성적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결함도 있다.

3학년의 경우엔 당장 코앞에 닥친 6월의 대입 수시 1학기 모집 지원이 문제다. 수시모집 때까지는 수기(手記)로 각종 수상기록을 제출할 수밖에 없어 기록의 신뢰성도 우려된다.

◆교단 갈등.태업 양상=NEIS의 실무를 담당해온 정보담당 교사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이제는 일 안한다''더러운 전산일 억울해서 못한다''CS는 전교조가 하라'는 식의 항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NEIS 인증을 거부해온 전교조 교사들의 경우 아무런 불이익을 보지 않는 반면 정작 NEIS 도입으로 골머리를 앓아온 정보담당 교사들은 모든 일을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하는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특히 인권위 권고를 놓고 전교조.참교육학부모회 등은 찬성한 반면 한국교총은 반대하는 등 교육단체들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교총은 "인권위는 학교현장에 미칠 학사운영 차질 등의 혼란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도 성명을 내고 "한번 시행해보지도 않고 정보 유출 우려만으로 국민의 세금 몇백억원이 사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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