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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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근교에 전원도시를 건설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나도 아니고 두 세군데 대도시의 살벌한 풍경에 지친 사랍들에게는 눈이번쩍 뜨일 뉴스같다.
사실 서울 사람들은 너무 촘촘히 산다. 총인구8백70만명, 평방km당 인구밀도가 1만3천8백36명이다. 주거환경의 악화는 바로 이런 인구집중이 첫번째 원인이다. 도오꾜, 캘커타, 홍콩등 아시아의 전형적인 인구 흡수도시와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전원도시 건설계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많을줄 안다. 대도시의 역기능에 지친 사람들은 좀더 시원한 공간속에 살고 싶어 한다. 파란 하늘, 푸른 숲, 맑은 시내. 이제는 잃어버린 꿈인 것같으나 사람들은 이런 삶을 결코잊지 못한다.
과연 그런 도시가 생길까. 성남시와 영동 신시가지의 결과를 보아온 사람들은 시큰둥하게 생각한다.
새로운 전원도시건설에서 우선 인구분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것이 이상하다. 직장과 편의시설이 뒤따르지 않는 베드 타운은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다를 것이 없다.
인구가 1천만명이 넘는다는 파리도 환상도로 안쪽의 파리시에는 불과 2백60만명의 인구밖에 안산다. 나머지는 모두 환상도로 바깥쪽의 위성도시에 산다.
당국은 이들 위성도시가 단순한 베드 타운화 되는 것을 막기위해 공원등 각종 위락시설과 오피스 빌딩을 건설했다.
그런데도 아침과 저넉이면 차량들이 조수처럼 들어오고 빠진다. 단순한 베드타운은 새로운 교통지옥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하나 전원도시의 특성은 녹화공간이 넓다는 것이다. 서울에도 명색이 공원인 것이 l천6백개나된다. 아마 어린이 놀이터까지 공원으로 치는 모양인데, 참 곤란한 얘기다.
유럽의 소도시는 숲과 건물이 공존한다. 에이그, 뮌헨등 중급도시도 도심지를 빼놓곤 숲속에 주택들이 있다. 자연환경과 집들이 어울려 도시전체가 포근한 인상을 주고 사람답게 사는 숨결이 들리는 둣하다.
70년대 미국에서 도시탈출현상이 일어났다. 세인트루이스, 클리볼랜드, 디트로이트시는 10년동안 인구가 2O%나 감소햇다. 뉴욕시도 10%가 줄어 77년의 인구밀도 9천2백56명이 1년사이 9천93명으로줄었다. 이때문에몇몇도시는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도시를 탈출하는 시민들은 모두 교통난, 공해, 범죄, 교육환경의 악화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전원도시가 인구분산을 목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주거환경만이라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 과연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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