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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첸코, 미 증언 통해 새 사실 폭로|KGB협력 일 요인은 23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79년 미국으로 망명한 전소련 KGB (비밀경찰) 소령 「레프첸코」는 오는 5월 미국에서 출판될 『금일의 KGB-보이지않는 손』 (리더즈 다이제스트 주임 편집원 「존· 바론」 저)에서 증언을 통해 KGB에 협력한 일본인에이전트 중에는 국회의원·신문기자 등외에 일본정부의 외무성직원,내각조사실 등 공안당국관계자가 포함돼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폭로했다고 13일자 일본의 마이니찌(매일)신문이 보도했다.
「레프첸코」는 이 증언에서 에이전트 23명의 활동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 중 3명 보수캙혁신 국회의원을 포함한 7명은 실명을, 나머지 16명은 KGB가 붙인 암호명을 밝혔다.
그러나 이 신문은 7명의 실명은 밝히지 않고 나머지 16명의 암호명과 직업·협력내용만을 보도했다.
이중 「나자르」란 암호명을 쓴 일본 외무성직원은 전신과소속으로 「레프첸코」가 일본에 파견된 75년 이전부터 각국 일본대사관으로부터 보내져 오는 비밀전문을 복사, KGB에 제공해왔음이 드러났다.
또 「마쓰로프」란 암호명의 내각조사실 관계자는 중공문제 담당자로 내각조사질의 기밀을 KGB에 빼돌리는 외에 KGB가 희망하는 적극정보를 보고서에 끼워넣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해왔다.
23명 중에는 한국관계전문가인 「까뮤」란 암호명인 준전국지 기자도 포함돼 있음이밝혀졌다. 「레프천코」가 폭로한 일본재직시의 KGB활동 중에는 76년 9월 「벨렌코」 중위의 미그 25기망명사건 당시 소련KGB 움직임도 상세히 소개돼 주목을 끌었다.
당시 소련의 KGB본부는 동경주재부에 즉각 지령을 보내「벨렌코」의 망명이유·기밀누설여부·일본측의 처리내용 등을 탐지,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 지령이 특히 강조한 것은『중요한 것은 2개의 초기밀전자장치다. 첫째는 IFF (적아군식별장치), 둘째는 적미사일 유도방향전환전자장치다. 두 장치 모두 폭파폭탄이 붙어있다. 「벨렌코」가 이 장치를 파괴했는가를 확인하라』 는 것.
KGB는 「벨렌크」의 처가 쓴 귀국호소편지도 동경주재부에 보내왔다.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이 편지를 24시간 내에 서방측 매스컴에 보도되도록 하라』는 것.「벨렌크」의 부인은 당시 이혼상태여서 이 편지가 KGB에 의해 강제로 쓰여졌다는 것은 명백했다.
동경KGB는 즉각 미국계 통신사 동경지국의 임시통신원을 불러내 이기사를 쓰지 않으면 다른통신에 주겠다고 위협, 이 편지를 전 세계에 타전시기는 데 성공했다.
「벨렌크」가 미국망명을 희망, 일본정부도 이를 인정하자 KGB본부는 미그25기 기체가 미국에 인도되지 않도록 저지하라는 긴급지시를 보내왔다.
동경의 KGB요원이 전부 동원돼 일본측의 영향력 있는 협조자에 공작을 시작했다. 신문사와 국회에도 손이 뻗쳤다.
영향력 있는 협력자의 한사람인 보수계 국회의원이 직접 수상을 비롯, 각료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일본측이 미그기의 기체를 조사도 하지말고 즉각 소련 측에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같은 그의 공적에 대해 소련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의 성망을 높이도록 힙써준 것은 물론이다.
「레프첸코」가 동경에 부임했을 때 전부터 방첩기관의 기밀서류를 제공해온 「알레스」(암호명)를 맡으라고 지시 받았다.
통신기자인 「알레스」는 10년이상 전부터 KGB동경주재 부차장 「그로니코프」에 의해 에이전트가 된 인물. KGB로서는「황금의 샘」과 같은 귀중한 존재다.
마침내 3개월 후 「알레스」는 3O통이 넘는 기밀서류필름을 전해 왔다.
또 한 사람 유용했던 에이전트는 「토머스」. 전국지의 유명언론인인 그는 정계사정에 밝고 각료나 역대수상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레프첸크」가 밝힌 16명의 암호명과 직업은 다음과 같다.
▲「알레스」=대통신기자. 공안 관계 기관친구를 통해 10년 이상 기밀자료를 KGB에 유출▲ 「우라노프」=야당 국회의원. 적극모략 활동에 기여▲「까뮤」=준전국지기자. 한국문제전문가▲ 「킹」=야당의 유명국회의원. 선거자금수수▲「그라스노」=재계인사. 재계 및 자민당관계자에 KBG가 흘리는 가짜정보전달▲「슈바이크」=공안관계 기관조사관. 「알레스」의 친구. 공안당국의 신상조서 등 외사관계 기밀 서류를 「알레스」에 전달▲「춤」=「우라느프」의 비서. 에이전트간의 연락조정역 ▲「뒤바」=야당 국제국 관계자. 당정책 형성에 영향력 행사▲「데비」=준전국지기자. 에이전트인 강사보좌▲「닥터」=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전 공산당원. 비밀접촉장소의 사전조사·경계 등 담당▲「토머스」=전국지의 유명언론인. 정보제공 및 원고집필▲「나자르」=외무성 직원. 비밀공전유출▲「팬포킹」=보수당 유력당원. 당내정보제공▲「마쓰로프」=내각조사실관계자. 중공문제기밀유출▲「야마모또」=지식인 에이전트 그룹의 지도자로 대학교수. 학계·논문으로 소련 뜻에 맞춘 저작활동▲「람세스」=야당당원. 당정책결정 때 영향력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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