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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체전협상 중소분쟁을 이용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휴전협상이 개성에서 처음 열리기하루 전날인 51년 7월9일 미8군 사령관인「리지궤이」장군은 묘한성명문 초안을 협상에 타전했다. 극비문서로 분류된 이 성명초안은 놀랍게도 교전상대국에 대해『중국국가와영토및 국민의 보건은 미국 정책의 소중한 원칙이다』 라는 귀절과 이밖에 다른 우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성명초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과 미국군인들이 서로 상대해서 싸우게 만든 이 분쟁은 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공산제국주의는 중국과미국인사이에 존재해온 오랜 우정의 기록을 지우려하고있다. 중국군인들을 한국침략의 도구로 삼기위한 구실로 공산주의자들은 미국이 중국영토를 침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허위를 날조하고있다. 수십만 중국군인들이 외국에서 허무하게 죽어가고있는 동안 외국 공산주의는 중국영토를 은밀하게넘보고있다.
몽고가 사라졌고 만주와 신장이 다음차례다. 오랫동안 중국문명의 지주가 되어온 원칙들은 거짓우정과 원조를 약속하는 러시아 제국주의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민들은미국 국민들의 전통적인 우정을 잊지않을 것이다. 중국 국가와 영토및국민의 보전은 미국정책의 소중한 원칙이다
「리지궤이」장군은 이초안을 보내면서『중공을 소련으로부터 이탈시킨다는 미국정책을 성취하는데 이 성명의 목적이 있다』 고 설명하고 있다.
이 성명초안내용중 눈에 띄는것은 당시에 상투어로 돼있던「중공」(Chicom) 대신 처음부더 끝까지 「중국」(China) 이라는 명칭을 쓰고있다는 점과 중공이 한국전에 개입한것을 중국인 스스로의 결정에서가 아닌 소련제국주의의 침략의도의 한수단으로 취급하고있다는 점이다.
이 성명초안은 채택되지 않았으나 미국이 한국전초기부더 정책입안의 중요한 ,요소로 전통적 중소분쟁을 은밀히 강조해온것을 이 성명은 유치한 형태로 반영하고있는 셈이다.
합삼은 이 초안을 보고 놀랐는지접수한지 11시간만인 같은날 새벽3시 (미국과 한국간의 시차때문)에 이성명발표를 만류하는 전문을 보냈다.
답신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같다.
『중국국민에 관한한 귀하의 성명초안은 장점도 있으나 전체적으로보아이것을 휴전협상이 시작되는 시기에발표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 최악의경우 휴전협상이 깨질 가능성이 있으며 국제여론과 국내여론에 파문을일으킬지도 모른다.
특히 유엔군 사령관인 귀관이 이를 발표하는것은 적절치 못하다. 휴전협상이 결렬될 경우는 그와같은 성명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그럴 경우도 국가최고권자가 발표할 성격의 내용이다
50년대말부터 심각한 형태로 서방세계에 노출되기 시작한 중소분쟁에 미국이 한국전당시의 비밀의교를 통해 어떤 기여를 했는지는 알길이없지만 전쟁을 하면서도 중소분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런 틈을 이용해서 전쟁을 마무리 짓고 또그후에도 공산세력내의 균열을 조장해보려는 의도는 이번문서에서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2월20일 백악관 정책기획실이 작성한 대통령성명 초안에는 「리지웨이」장군의 성명 초안과 같은 글자가 다음과 같이 담겨져있다.
『한국전의 평화적 해결이 실패할 경우 아시아에서 새로운 식민지를 만들고 중국과 기타 지역에서 팽장주의음모를 획책하는 소련의 야욕을더욱 도와주며 중국인을 그 도구로 만들게 된다는 사실을 미국은 인식하고있다』
미국무장관이 2월23일 대통령에게제출한 「38선」 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도 중소분쟁을 유도한다는 미국측 정책방향이 제시되어었다.
즉 이보고서는 만약 유엔군의 38선월경작전이 큰피해 없이 이루어질수있다면 4가지 잇점이 있을수 있다고설명하고 4번째 잇점으로서 『북경정부 내부에는 물론 북경과 모스크바사이에 긴장이 조성될것』 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도 그시기 국무성의 입장과 맞게 결론적으로는 38선을 넘어 북진하는것은 바람직하지못하다고 못박고있다.
중소와의 협조관계에서 전황을 총채적으로 평가한 미중앙정보국 (CIA)의 정보보고서에 논평을 가한 한국무성의 의견서는 소련이 미국의 예상만큼 중공을 도와주지 않고 있다고지적하고있다.
5윌10일자의 이 의견서는 소련이 미군의 조기철수를 원하는지 오랜기간 한국전에 묶여 있기를 바라는지를 평가해볼때 여러가지 정보상의 수수께끼가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그 한예로 다음과 같은 의문점을 지적하고 있다.
『소련은 전면개입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수준에서 중공을 지원할수있는 능력을 갖고있다. 그와같은 능력은 중장비지원, 현수준이상의 기술지원, 심지어 특수분야의 전투병력까지도 은밀히 투입하는것등을 망라한다. 그러나 소련은 그런지원을 하지않고 있다
중소분쟁이 표면화하기 훨씬 전에 미CIA가 탐지한 이정보상의 수수께끼는 사실 중소분쟁의 불씨가. 한국전수행과정에서 생겼을지도 모른다는하나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의견서는 소련은 한국전이 『미국내부와 미국및 우방간의 모순을 심화시키고 소련에 대한 중공의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소련의 세게전략과 맞아떨어진다』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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