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발표 3주만에 인기 모으는 '러브홀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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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혼성 모던 록밴드 러브홀릭이 요즘 인기다. 그룹 이름과 같은 제목의 노래'러브홀릭'으로 많은 팬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경쾌한 분위기의 이 곡은 산뜻한 멜로디와 솜사탕 같은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러브홀릭'뿐만이 아니라 '이지 컴 이지 고'(Easy Come Easy Go), '슬픈 영화''놀러와''레이니 데이' 등 여러 곡이 동시에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이 첫 앨범 '플로리스트'를 발표한 지 겨우 3주째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빠른 인기몰이다.

팬사이트에는 "러브홀릭에 중독되고 말았다"는 고백이 드물지 않다. 갑자기 등장한 신예 밴드가 어떻게 이런 인기를 모을 수 있었을까.

세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들은 각자 작곡가.프로듀서로, 언더밴드의 리더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팀의 리더인 강현민(34.기타, 키보드)은 보컬그룹 '일기예보'로 이미 상당한 팬을 확보하고 있는 실력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인형의 꿈'이란 노래를 기억한다면 러브홀릭의 감성을 가늠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박혜경의 '고백''주문을 걸어' 등과 더더의 'It's You' 등의 인기곡들 역시 그의 작품이다. 이재학(31.베이스, 프로그래밍)도 박혜경의 '레인''빨간 운동화', 박기영의 '정원'등을 만든 작곡가 출신이다.

보컬을 맡은 지선(24.보컬, 기타)은 독특한 목소리와 색다른 창법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다. 강현민과 이재학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daum.net)에 광고를 내 6백명의 후보 중에서 찾아냈다.

"언더그라운드 밴드('위저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같은 밴드의 친구가 '일기예보'의 강현민씨가 여성 보컬을 찾고 있다고 알려주더군요. 일기예보의 음악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없었죠. 당장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응모했어요."(지선)

"신기하죠. 아니 우리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지선은 외모나 목소리, 우리가 찾고 있던 바로 그런 보컬이에요. 이번 수록곡이 지선의 개성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뿐이에요."(강현민.이재학)

이들의 노래는 장르로 치면 팝과 록 사이에 있다. 록이지만 강한 비트 대신에 멜로디를 강조해 팝에 가까운 것이 특징. 밝은 분위기인가 하면 뭔지 모를 우울함이 그늘처럼 드리워져 있다.

가요에서 흔히 보이는 강렬한 후렴구는 이들 노래와 거리가 멀다. 지선은 속삭이듯 노래하고, 뒷전에 서있는 강현민과 이재학의 코러스는 더욱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곡을 공기처럼 받치고 있다.

"직설적인 노래를 들려주고 싶지 않았어요. 사람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슬퍼도 슬프지 않은 표정으로 있는 것 같은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죠. 지선의 목소리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지선은 '놀러와'같은 밝은 노래를 부르는데도 어딘가 조금은 슬프거든요."

강현민의 설명은 다시 지선의 칭찬이 되고 만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욕심많은 그룹"이라고 말하는 러브홀릭.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을 그들의 노래로 중독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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