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건물서 고압전선 훔친 5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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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천 소사경찰서]

재건축 건물에서 고압전선을 잘라 훔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이 건물의 3~4층 전선의 90%를 잘라 판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부천 소사경찰서는 7일 건물의 고압전선을 잘라 판 혐의(절도)로 윤모(52)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윤씨에게서 고압전선을 산 혐의(장물취득)로 고물상 주인 옥모(50)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윤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2시쯤 부천시 심곡본동에 있는 A건물의 고압전선을 잘라 고물상에 판 혐의다.

일정한 직장 없이 만화방과 PC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해 온 윤씨는 수중에 돈이 모두 떨어지자 빈 건물의 고압전선을 잘라 팔기로 했다. 전선 안에 있는 구리가 1㎏당 6000원에 거래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는 재건축으로 비어 있는 A건물을 노렸다. 4층 건물인데 한 층당 면적이 1122㎡(340평)에 달한다. 더욱이 이 건물은 문이 열려 있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데다 안에는 폐쇄회로TV(CCTV) 등 방범장치도 없었다.

윤씨는 카바레와 볼링장이 있었던 3층과 4층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전기 테스트기를 구입해 전류를 점검한 뒤 절단기를 이용해 고압전선을 자르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후 잘라낸 전선의 피복을 벗겨 구리만 골라 팔았다.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이 건물에서만 41차례에 걸쳐 4000m(250만원 상당)의 구리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가 천장의 석고보드는 물론 바닥의 마루까지 뜯어내 전선을 잘라가면서 3~4층에는 전선이 90%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기업자도 아닌 윤씨가 대규모의 전선을 고물상에 전달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한 시민의 제보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그는 구리를 판 돈을 모두 게임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건축 현장은 야간에는 경비원도 없고 출입문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아 범행 대상이 되기 쉽다"며 "관리를 철처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씨의 여죄를 조사하는 한편 범행을 도운 이들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부천 =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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