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항에 돈맡긴사람들 맥빠져그래도 잘못했다는 부처없어|2억원짜리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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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이런 이야기가 있다한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는데 한결같이같은 증상을 호소한다는것이다.
『맥이 탁 풀리고 일할생각이 싹 가십니다.참으려해도 억울한 생각이 은근히 솟아올라 가슴이 답답합니다
『역시같은 병이시군요.넥타이맨 분들중에 그런 증상이 많습니다.저희들 의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그것이 요즘 유행하는 부동산투기억울성울화증입니다.옛날에 4촌이 논믈 사면 배가 아프단 말이있지않습니까. 지금은 그 정도가아니라 자기일 열심히하다손해를 보니 울화가 치솟는 것입니다.그래도 손해볼게 있는 사람은 나은편입니다.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아예 자각증세조차 없읍니다.어찌보면 망연자부증이지요』
그말이 한날 우스갯소리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국세청이 발표한 특정지역 싯가고시를 보니 아파트1채에 2억원이 넘는다.69평짜리가 2억10만원,35평짜리가 7천만원이고 개포연탄아파트도 1평에 1백20만원이다.
1년사이에 20∼30%는 족히 울랐다.
아파트 1채 2억원이면달러로 쳐서 26만달러쫌 되는데 이것은 바로 구미선진수준이다.
그동안 물가가 안정된다는 말을 믿고` 또 실질금리가 충분히 보장된다는 말을 믿고 은행 돈맡긴 사람들 맥빠지게 됐다.
한강변에 무수히 삼립해있는 아파트군들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허탈에 빠질것인가. 옛날 자기집이 아파트 20평짜리가치는 됐는데 15평짜리로 떨어졌다는 사람은 나은편이고 아파트 2평짜리 은행햄예금이 1평으로 떨어진 사람이나 13평짜리 서민아파트를 사기위해 월급중 얼마를 저축해야 하느냐를 계산하는사람은 기가찰 것이다.
누가 뭐라하든 은행빛이라도 내서 집을 잡지못한 자기의 불만을 탓하기전에 『이제 물가오름세 심리가 진정탰으니 안심하고은행에 돈을 맡기라』고 큰소리로 말한 사람을 얼마나 윈망할 것인가.
작년 물가가 4.8%로안정되어 선진국 수준으로되었다는 자랑스러운 실적도 별 생색이 안나게되었고 잘못하면 물가통계자체를 시큰둥하게 여길지도모른다.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믿지말고 부동산에 관심을갖자. 맡은일만 열심히하다가 거지되기 꼭알맞겠다』는 생각이 번지면그사회는병드는것이다.연초의 부동산파동으로 그런 징후들이 나타나고있다.그렇게된데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얽혀있다.무분별한 통화관리,비현실적으로 낮은은행금리,저배당과 증시위축,학군,갈팡질팡한 주택정책,투기꾼과 복부인의 발호등등….
부동산투기는 어느 한 부처의 잘못이나 실임이라기보다 전반적 정책의 결과라 볼수있다.
경제정책뿐아니라 교육정책·교통정책등도 집값을 올린다.
따라서 최근의 집값파동은 정부 전부처가 연대책임을 져야한다.
그런데도 어느 한부처도잘못했다고 밝히는데가 없고 만만한 투기꾼에만 죄를 뒤집어 쒸운다. 그게 면책용으로 두루 편리하기 때문이다.
지난3년여동안 가만있던투기꾼들이 왜 갑자기 준동,발호하기 시작했을까.
좌우간 집값이 폭등하고그 병폐가 사회의 활기를죽이고 있는데도 잘못한데가 한군데도 없단다.잘잘못을 따지자는것이 아니라잘못된 데를 알아야 고칠것이 아닌가.
【최우석부국장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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