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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상황 달한 원유가 전쟁 뉴욕시장서 한때 40달러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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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셰일업계의 원유 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6일(이하 현지시간) 아시아와 유럽 온라인 거래에서 배럴당 49달러까지 떨어졌다. 5일 미국 뉴욕 상품시장에서도 장중 한 때 배럴당 4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원유 전쟁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막 들어선 셈이다. 미국 경제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상승 요인이 없어 유가가 50달러 선을 지키기엔 힘이 부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이날 전했다.

 CNBC는 최근 전문가의 말을 발려 “유가 배럴당 40달러대에 이르면 미국 셰일에너지 업계뿐 아니라 원유 전쟁 방아쇠를 당긴 사우디도 고통을 느끼기 시작한다”고 했다. 셰일 업계는 본격적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린다. 사우디는 재정적자가 가파르게 늘어난다. 양쪽 모두 한계 상황에 놓이기 시작한 셈이다. 또 승자와 패자가 갈리기 직전이기도 하다. 이런 때 원유 파생상품 시장의 베팅 방향도 종잡을 수 없다.

 마켓워치는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해 여기에 베팅하는 풋옵션 매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원자재시장 투자 전문지 쇼크리포트의 편집인 스티븐 쇼크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풋옵션 계약 건수로 볼 때 6월에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 규모가 WTI 현물 정산소의 원유 재고량보다 1.7배나 많다”고 말했다.

 반등에 베팅하는 쪽도 있다. 로스 캐피털파트너의 애널리스트 존 화이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 1분기에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회복한 뒤 올해에는 평균 75달러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거는 경제 성장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다.

 화이트는 “현재 하루 평균 100만~120만 배럴의 원유가 과잉 공급되며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가 1.5~2% 성장하면 하루 평균 70만 배럴의 원유 수요가 늘어난다. 결국 과잉 공급분을 거의 상쇄할 만큼의 신규 수요가 창출돼 유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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