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두 팔로 달리는 미식축구 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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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가 없는 미식축구 선수 바비 마틴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서 있다. 아래 사진은 경기 중인 마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두 다리가 없는 고교생이 미식축구 무대에서 삶의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인간 승리의 주인공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에 사연이 소개된 이후 지역 신문은 물론이고 ESPN, CNN 등 전국 언론 매체의 인터뷰가 줄을 잇고 있는 오하이오주 데이튼시 콜로널 화이트 고교의 수비수 바비 마틴(17).

다리가 없는 희귀병을 갖고 태어난 마틴은 어머니 글로리아의 엄격한 교육 아래 수 없는 좌절을 이겨냈다.

글로리아는 다리가 없는 아들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취급했다. 넘어져도 절대 일으켜 주지 않았다. 튼튼한 두 팔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신체적 결함을 잊도록 했다.

현재 그의 키는 약 94cm. 특수 제작된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등교하는 그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학생이다. 고교 진학 후 얼 화이트 감독의 권유로 풋볼을 시작했다.

화이트 감독은 "바비도 남들처럼 달릴 수 있는데 다리 대신 손을 사용한다는 것 만이 다를 뿐"이라며 "바비의 성공은 수많은 장애인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은 지난달 28일 밸리뷰 고교와의 경기에서 후반 두 개의 태클이 성공하는 등 지금까지 네 개의 단독 태클을 포함한 태클 일곱 개를 기록 중이다.

케리 아이비 코치는 "어떤 사람들은 마틴이 풋볼게임을 조롱거리로 만든다고 비웃지만 실제 경기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가 두팔만으로도 훌륭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갑작스레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부담을 느낄 만하지만 그는 오히려 즐기는 모습이다.

마틴은 자기가 사는 데이튼시에서뿐 아니라 미국내 모든 국민이 자신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내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누구도 더 이상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며 "평범한 사람으로 나를 봐주고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이들의 생각을 바로잡고 싶다는 마틴의 꿈은 미국의 인기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는 것이다.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그의 꿈이 이뤄질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마틴은 "나는 정상적인 청소년이다. 누구든 내게서 어떤 연민의 정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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