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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과학 칼럼

멸종 생물과 인류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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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아직까지 우주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한 생물학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에 최초로 생명체가 출현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약 41억 년 전이라 한다. 현재 학계에 이름이 보고된 생물종 수는 약 170만 종. 그러나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생물종 수는 그보다 100~1000배 이상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많은 학자가 추정하고 있다.

최초의 원시 생물로부터 다양한 현생 생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진화와 멸종의 과정을 반복해 왔다. 적어도 5회 이상의 대절멸과 소절멸을 통해 어류로부터 양서류가, 그리고 파충류와 포유류로 진화하였고, 파충류의 일부에서 조류가 분화하였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으로 인한 대륙이동과 화산폭발, 빙하기와 같은 자연재해는 헤아릴 수조차 없는 많은 생물종들의 모습을 지구에서 사라지게 하였다. 화석으로 발견되는 생물종의 수는 아직까지 극히 미약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날의 생물종들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 우리 인류에게 가르치고 있다. 우리 인류도 900만 년 전 시작된 유인원의 진화의 물결에서 오랑우탄.고릴라.침팬지와 갈라져 현생인류의 직접적 선조가 출현한 것은 불과 2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종은 그들이 속해 있는 생태계에서 제각기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 즉 종은 그 자체가 존재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식물과 동물은 상호 보완적인 생태적 공생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고, 우리 인류는 이러한 생물종들의 생존을 위한 활동의 생산물을 이용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다른 종들과 차별되는 지적 생명체로 자가당착에 빠져들고, 야생 생물종의 존재가치를 이용과 심미적인 관점으로만 다루기 시작한 중세 이후부터 지구 곳곳에서 심각한 종의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160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분명한 기록이 남아 있는 멸종 생물의 수는 726종이나 된다. 남획과 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과도한 개발과 이용은 결국 그 지역의 생물과 함께해 온 토착 원주민과 고유한 문화까지 사라지게 하였다.

현재 지구 인류의 수는 이미 60억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인류의 건강하고 안정된 존속을 위한 전 지구 환경 수용력은 15억~20억 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이미 3~4배 정원을 초과하여 살고 있는 셈이다. 정원 초과의 인류에 의해 다른 생물체의 멸종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 18세기 북미엔 '여행비둘기'라는 크기 40cm의 대형 비둘기가 현 인구 수에 필적하는 50억 마리나 살고 있었다. 초기 유럽 개척민들이 농경지를 찾아 동부에서 서부로 진출할 때에만 해도 이들 여행비둘기 무리에 놀라곤 했다. 계절 따라 남북으로 이동하는 여행비둘기 무리가 워낙 엄청나 사흘 밤낮 동안 하늘을 가릴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들도 인간에 의해 멸종하기까지 단 10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인류가 주식으로 하는 5대 곡물 가운데 하나인 옥수수의 최대 생산지, 미국 서부에서 1980년대 생산을 저해하는 바이러스가 만연하여 인류의 약 20%에 달하는 인구가 극심한 식량위기에 처할 뻔하였다. 전 세계의 옥수수 원종 가운데 남미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발견한 야생 옥수수 원종이 면역성을 지니고 있는 것을 확인, 겨우 위기를 넘긴 사례는 인류에게 야생 생물종의 무한한 존재가치를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지금 지구는 인류라는 단 한 종의 생물에 의해 수많은 생물이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고, 지구 생태계가 극심한 기후변화에 시달리고 있다. 반달가슴곰의 복원은 작게는 지리산의 생태계 보전이며, 나아가 한반도 백두대간과 지구 생태계의 보전을 취한 첫걸음이다. 인류의 미래는 바로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상훈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복원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