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서 중·고·대입검정합격 일자리마다 쫓겨나는 전과4범 2급 기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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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과4범의 30대청년이 옥중에서 5년통안 참회의 땀을 흘린 끝에 인쇄공 2급기능사, 중입검정고시, 고입검점고시, 대입검정고시에 합격, 한아름의 합격증을 안고 출소했다.
주인공은 지난달 28일 목포교도소를 출감한 백규현씨(32·서울중림동315의방·8통5반)-.
백씨는 78년2월 강도죄로 구속돼 5년형을 받고 서울 영등포교도소에서 4년9개윌을 복역하다 목포교도소로 옮겨 형기를 마쳤다.
『가난하고 못배워서 나쁜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배가고파서 도둑질도 했습니다. 교도소를 한번 갔다오니「전과자」라고 상대도 해주지않아 또 범죄에 끼어들었구요. 그러나 옥중에서 나자신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나이 30이되도록 홀어머니를 괴롭히기만한 불효자식, 이웃과 사회에는 기생충같은 존재였다고 생각하니 이대로 살아서는 안되겠다고 느꼈읍니다』
형기도 반가까이 지난 81년부터 백씨는 책을잡았다. 강원도원성서 태어나 세 살때 서울로와 소의국민학교 3학년을 다닌 것이 학력의 전부인 백씨는 중입검정을 준비했다. 감옥에 들어가기전 한때 일했던 인쇄소에서 익힌 인쇄기술도 다시 체계있게 배우기 시작했다.
『낮에는 교도소내 인쇄공장에서 일을 하며 인쇄기술을 익히고 검정고시 공부는 주로 밤에 했습니다. 낮에 일을 하고 밤에 책을 보자면 피곤해 졸음이 오기일쑤였고 30을 넘는 전과자가 새삼스럽게 무슨 공부냐는 핀잔을 받았지만 내가 살일은 이것뿐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져먹곤 책과 씨름을 했습니다.』
백씨는 81년8월 중입검정고시에 2등으로 합격하고 81년에는 고인과 대인검정고시 그리고 인쇄공2급 기능사자격까지 따냈다.
각고의 2년 은오히려 빨리 지나갔다. 공부가 향상되면서 쉬워지고 더욱 큰 보람과 재미를 느끼게 된것도 백씨가 땀흘려 얻은 값진 체험이었다. 바르고 떳떳하게 사는일에 백씨는 자신을 갖고 지난달 28일 활짝 열린 옥문을 나왔다.
출가한 누님집에 얹혀사는 홀어머니 이일순씨(69)를 모시고 새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백씨는 교도소를 나서자마자 서울로 달려왔다.
『21세때 절도로 처음 교도소 신세를 진 뒤 2년뒤에 폭력으로 1년, 다시 2년뛰에 강도로 4년을 살고 나오자마자 또 다시 강도짓을 했어요. 외아들이 그모양이 됐을 때 우리어머니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 .이제 효도는 못할망정 다시 불효자식짓만은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중풍으로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는 내결심을 들으시고는 손을 잡고 우시기만 했어요.』
막벌이를 하는 매형의 도움으로 20만원 보증금에 월세3만원짜리 셋방을 얻어 새살림을 차린 백씨는 이튿날부터 교도소에서 얻은 자격증을 들고 구직운동에 나섰다.
동네연탄불을 갈아주고 하루4∼5천원을 버는 누이는 쌀2말과 연탄30장까지 들여줘 새사람이된 동생을 뒷바라지 했다.
그러나 연탄30장을 다쓰도록 백씨는 취직을 못하고있다.
『면점을 한 뒤 자격증을 보고는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했다가도 전과사실만 털어놓으면 금방 표정이 달라 집니다. 새삶을 찾으려는 전과자가 발붙일곳은 없을 까요.』 백씨는 눈시울을 적셨다.
『나에게 일자리를 주십시오. 범죄행위만 아니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백씨의 호소는 목이멘 절규였다.<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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