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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한국은 TPP의 창립 회원국이 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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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석한
미 워싱턴DC 소재 애킨 검프
수석 파트너 변호사

한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회원국이 되겠다는 의사를 12개 TPP 체결 협상국에 표명했다. 협상 진행 상황을 보면 올해 체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창립 회원국이 되려고 시도를 할 것인지를 지금 결정해야 한다. 몇 가지 절실한 이유가 있다.

 무역·투자협정인 TPP가 제시하는 목표는 거의 모든 관세의 철폐와 서명국 간의 상업적 유대를 쉽게 하는 것이다. 호주·브루나이·캐나다·칠레·일본·말레이시아·멕시코·뉴질랜드·페루·싱가포르·미국·베트남 등 TPP 협상국은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TPP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무역 이니셔티브다. 또 아시아와 유대를 공고히 하고 심화한다는 미 행정부의 목표를 반영한다.

 현재로서는 협상 파트너 국가들의 계획은 회원을 추가하지 않고 TPP를 올해 서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체결 이후에는 한국과 다른 태평양 국가들로 TPP가 확장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잠재적으로는 중국까지 회원국으로 고려하고 있다. 한국은 원래 TPP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결정을 미뤘다. 사실 한국은 12개 TPP 협상 참가국 중 대부분의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이미 체결했다. 최근 한국은 중국과 무역협정 체결을 완료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더불어 중대한 발걸음을 전향적으로 내딛기 위한 적절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한국이 TPP 가입 노력을 가속화해 창립 회원이 돼야 할 강력한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적 이점이 상당하다. 각 산업 분야의 한국 기업들은 TPP가 창출할 추가적인 시장 접근성과 무역 블록 내부 단일 원산지 규정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회원국 추가에 따라 TPP 공통의 무역규정이 존재하는 데 따른 이득 또한 늘어날 것이다.

 한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져 한국이 진행 중인 다른 협상도 유리해진다. 창립 회원국 지위는 아시아·태평양 경제 통합의 허브와 중국과 미국 사이의 가교로서 기능하겠다는 한국의 비전을 확인하게 할 것이다. 한국이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을 체결한 만큼 TPP에 참가하면 한·미 동맹 또한 강화될 것이다. 중국 주도로 추진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체결 과정에서 한국의 협상력이 제고되고 한·일 간의 긴장을 관리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TPP 창립 회원국 명단에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의 우선순위와 환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경제질서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한국의 리더십 능력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RCEP에 한국이 참가하고 있지만 TPP엔 빠진 상태라는 게 한국 무역정책의 진로 수정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이미 나왔다. RCEP와 TPP는 상호 배타적이 아니다. 다른 많은 TPP 참가국도 RCEP 협상에 가담했다. 또한 TPP 체결을 위한 대화에 일본은 있고 한국은 없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미국의 핵심 경제 동맹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다.

 창립 회원국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TPP 추가 회원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탄력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 상황을 보자. 2015년 이후로 협상이 지연되면 시기적으로 차기 미국 대선과 겹치게 된다. 대선기간에는 무역협정에 대한 지지를 얻는 게 더 힘들다.

 한국이 TPP의 창립 회원국이 되려면 삼중(三重)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첫째, 현재의 미온적인 미국 입장을 극복하려면 한국이 창립 회원이 돼야 할 설득력이 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두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하나는 한국이 창립 회원국일 때 모든 TPP 참가국에 돌아갈 이득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 15위 경제대국, 7위의 무역국인 데다 미국의 주요 안보 파트너인 한국이 빠짐으로써 전송될 부정적인 시그널이다.

 둘째, 이러한 논지에 힘을 싣기 위해 한국은 미국 산업계의 챔피언급 기업들과 미 의회로 구성되는 ‘연합군’을 결성해 한국이 창립 회원국에 포함돼야 한다고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한국은 유사한 노력을 통해 KORUS 추진에 미온적이었던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바꾸는 데 크게 성공한바 있다.

 셋째, 한국은 기존 TPP 협상국들이 한국을 창립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지지하는 데 장애가 되는 모든 문제를 즉각 다뤄야 한다. 특히 협정문 중에서 29개 장이 이미 완료됐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한국은 또 미국과 협력해 KORUS 실행 과정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몇 가지 문제를 신속하면서 한·미 양국 모두에 만족스럽게 처리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완 과제의 해결을 한국의 TPP 가입 지지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한국은 TPP 체결 협상이라는 게임에 너무 늦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한국이 창립 회원국이 되는 것이 기존 협상 파트너들과의 협정 자체에 훨씬 큰 이득이 된다.

김석한 미 워싱턴DC 소재 애킨 검프 수석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