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보석 신났죠 … 쌍춘년이잖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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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 커플 고객이 지난 주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모피의류를 살펴보고 있다. 이 백화점은 모피를 최대 50% 할인판매하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중국인 메이메이(妹妹·33)씨는 지난 12월 한국으로 3박4일짜리 ‘혼수여행’을 왔다.

 오는 2월 말 결혼하는 그녀와 예비남편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 들러 명품 결혼반지와 목걸이 등 총 6억9000만원 상당의 혼수용품을 구입했다. 그녀는 “한국 백화점들은 매우 럭셔리하고 편리해서 중국인들 사이에선 경복궁·명동·남산타워 등 서울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본 뒤 시내 백화점에서 혼수를 장만하는 코스가 유행”이라며 “내 경우는 한국은행과 마주보는 곳에서 혼수를 하면 돈길의 기운이 이어진다는 속설이 마음에 들어서 이곳에 왔다”고 했다.

 결혼에 길하다는 ‘쌍춘년(雙春年)’이 올 연초 유통업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경기불황과 내수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설 전까지 쌍춘년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쌍춘년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쌍으로 들어 이 때 결혼하면 행복하게 산다고 알려졌는데, 올해가 바로 2014년 설날(2월 1일)과 2015년 설날(2월 18일) 사이에 입춘(양력 2월 4일)이 두 번 있다. 앞서 2006년 쌍춘년에도 한국과 중국 등 한자문화권에선 결혼식이 몰려 관련 업계가 특수를 누렸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보석·시계·가구·가전 등 혼수 관련 상품 매출은 ‘나홀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4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혼수용 가구는 전년 같은 달보다 18.2%, 모피는 8.1% 매출이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역시 명품시계·보석(23%), 모피(13.4%), 가구(8.9%) 매출이 크게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웨딩 마일리지 서비스인 ‘클럽웨딩’가입 고객도 지난달에만 21% 증가했다.

백화점들은 신년세일 테마를 웨딩으로 바꾸고 관련 상품 행사를 대폭 앞당기는 등 막판 혼수고객을 잡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고가 혼수품 중 하나인 모피는 지난 연말 이월상품이 넘어오면서 물량과 할인폭(50~70%) 면에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오는 18일까지 총 11개 점포에서 6개 브랜드 모피 상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근화모피 블루아이리스 휘메일 재킷’이 350만원, ‘국제모피 팔로미노 휘메일 하프코트’이 490만원이다. 이 백화점의 박중구 마케팅 팀장은 “쌍춘년에 더해 지난해 10~11월 윤달을 피해 올초에 결혼하려는 예비부부들이 많아 아예 웨딩행사 시기를 전년보다 20일 앞당겨 오는 23일부터 2월 1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기간 동안 30여 개 식기·홈데코 브랜드가 전 점포에서 10~30% 할인에 들어가고 전통 유기 식기 브랜드는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내부적으로 신년세일의 테마를 ‘패딩’에서 ‘웨딩’으로 바꿨다. 현대는 오는 18일까지 전 점포에서 역대 최대인 700억원 규모의 ‘H모피대전’을 진행하고 겨울 신상품을 최대 50% 할인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8일까지 생활용품 편집매장인 ‘피숀’ 내 상품을 20~60% 할인한다. 본점은 8일까지 혼수 단골 식기류를 50%까지 할인하며 강남점은 18일까지 ‘삼성·LG전자 스마트 혼수제안’ 행사도 진행해 5%까지 추가혜택을 준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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