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데뷔골 넣은 이정협 "신데렐라에 걸맞는 선수"

중앙일보

입력

'육군 상병' 이정협(24·상주)이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A매치(국가대항전) 데뷔전에서 데뷔골까지 넣으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4일 호주 시드니 퍼텍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둬 기분좋게 아시안컵 최종 리허설을 마쳤다. 1-0으로 앞선 후반 28분 교체 투입된 이정협은 후반 추가 시간에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의 패스를 받아 넘어지면서 슈팅으로 연결해 쐐기골을 터트렸다.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은 선수는 이정협이 국가대표 역대 13번째다.

지난 2013년까지 이정기(李廷記)였던 그는 지난해 1월 이정협(李庭協)으로 개명하고, 국군체육부대 입대를 선택하고는 인생이 바뀌었다. 얼마 전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들어 지난달 깜짝 발탁된 뒤, A매치 데뷔전에서 골까지 넣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정협은 경기 후 "주어진 출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최대한 집중을 하려고 했는데 운좋게 골까지 넣었다"면서 "신데렐라라는 표현에 걸맞는 선수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정협과 일문일답.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었는데.
"주어진 출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최대한 집중을 하려고 했는데 운 좋게 골까지 넣게 돼 기분이 좋다. 골 넣었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다."

-감독님이 경기 끝나고 뭐라고 하던가. 경기 전에는 뭐라고 주문하던가.
"경기 전엔 큰 욕심 내지 말고 상대를 많이 흔들라고 짧게 말씀하셨다. 끝나고는 그냥 웃으면서 잘했다고 하이파이브 한 번 해줬다."

- 전날 인터뷰에서 모든 걸 쏟겠다고 했다. 오늘 플레이에 만족하나.
"정말 열심히 뛰기는 했다. 골을 넣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더 많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

- 이동국, 김신욱 대신 대표팀 발탁 기회를 잡았다.
"사실 나는 주전 공격수로 발탁된 게 아니다. 이동국, 김신욱 형이 뜻하지 않게 다쳐서 어렵게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이 기회를 살려서 앞으로 형들이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 주전 경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지난 아시안컵에서 구자철이 스타로 발돋움했다. A매치 첫 경기에 데뷔골을 넣은 선수가 아시안컵에서 좋은 활약을 해주기를 원하는 팬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골을 많이 넣는 것보다 팀에 어떻게 녹아드느냐,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플레이에 대한 욕심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제주 전지훈련 때는 대표팀의 모든 게 신기하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아직도 신기하다. 오늘 (기)성용이형을 처음 봤는데 아주 신기했다."

- 신데렐라 탄생이라는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신데렐라라는 표현에 걸맞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시드니=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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