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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가족' 30년 근무 유동일씨 세 동생과 딸도 동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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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 왼쪽부터 유동일씨의 딸 미란씨,동일·동호·동기·동조씨 4형제. [철도공사 제공]

18일은 제106주년 철도의 날. 한 집안의 다섯 명이 철도공사에서 함께 근무하는 '철도 가족'이 있다.

철도공사 직원 유동일(56.토목 3급)씨와 유씨의 동생 세 명, 유씨의 막내딸 미란(31)씨가 그들이다. 유씨네 4 형제는 모두 시설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8남 1녀 중 장남인 유씨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 선로 보수를 총괄하는 동해시설관리사무소 산하 태백시설관리분소 소장으로, 여섯째인 동호(43)씨는 같은 사무실에서 선임 시설관리장으로 일한다. 일곱째 동조(40)씨는 영주지역본부 시설부에서, 막내인 동기(38)씨는 동해시설관리사무소 정비반에서 근무하고 있다. 미란씨는 태백역 역무원이다.

경북 예천의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난 유씨는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문경고교를 중퇴한 뒤 1975년 옛 철도청(현 철도공사) 말단 직원인 보선원(12등급) 공채 시험에 합격, 철도와 인연을 맺었다.

"보수는 적지만 안정된 직업인 철도 공무원이 되라"는 그의 권유로 동생들도 잇따라 철도원이 됐다. 관동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한 미란씨까지 지난해 철도공사에 입사했다. 유씨의 2남 1녀 중 맏아들인 철희(36)씨도 98년 보선원으로 철도공사에 입사했으나 지병인 신부전증으로 2002년 퇴사했다.

직원 수가 몇 안되는 시골이다 보니 태풍으로 철도가 파손되는 등 비상 상황이 수시로 발생해 유씨 형제들이 명절에 함께 모두 모이는 경우는 드물다. 태풍 '루사'(2002년 9월)와 '매미'(2003년 9월)로 영동선 곳곳에서 큰 피해가 났을 때 이들 형제는 철로변을 집 삼아 현장에서 일했다.

유씨는 "아무리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우리 형제들이 출동하면 해결이 가능하다"며 "선로를 보수하는 일이 힘은 들지만 보람이 있어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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