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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조는 늘 그들만의 리그... 이웃과 작은 공감으로 삶 바꿀 수 있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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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호 04면

LOUD는 시민이 주도하는 실천적 소통문화 운동입니다. 수많은 소통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불통(不通)이 우리 시대 화두요 일상이 된 지 오래죠. 실천적 소통문화 운동은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게 아닙니다. 정부의 정책 홍보활동도 아닙니다. 대기업의 거창한 공익 캠페인은 더욱 아니죠. 유명인이 등장해 화려하게 동참을 호소하지도 않습니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같이 자발적 문제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동참하는 이벤트성 캠페인도 아닙니다.

시민이 주도하는 소통운동 ‘LOUD’

이 운동은 5’s의 원칙을 갖습니다. 자신(Self)이 공공문제라고 목격(Sighting)한 것을 소박한 아이디어(Simple idea)로 지금 실천을 시작(Starting)해 작은 변화(Small change)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런 원칙이 문화로 발산한다면 스스로 목격한 공공문제를 해결하는 아기자기한 커뮤니케이션이 공유되고 다양성이 담보된 자기 주도적 소통의 결과물이 넘쳐나는 사회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화려할 필요도 없고 현장에서 이웃과 작은 공감만 할 수 있으면 그만인 실천들이지요.

그동안 우리는 세 가지 수사적 어휘로 미래를 논의해 왔습니다. 개혁·혁신·개조가 그것입니다. 그 주체는 늘 정부와 제도권의 사회집단, 특정 전문가 그룹이었습니다. 이들은 언제나 대담론을 제시하고, 정치 원리를 작동시키며 대중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실천 없는 논쟁과 추상적이고 이상적 대안만 넘쳐났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거대 담론 속 강력한 수사에 노출됐지만 오히려 자기 변화에는 인색했습니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우리가 새로움에 대한 인지적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지적 취약성이란 자기 주도적 세상 바라보기의 한계를 말합니다. 자신이 직면한 문제에는 무감각하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해법이 있음에도 깨닫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공소통은 이러한 문제를 깨닫고 나부터 실천적 소통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또다시 제도권의 다른 누구에게 변화하라는 요구만 하고 방관자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 공공소통을 통해 시민도 최소한의 변화를 주도해야 합니다.

그 전제조건은 시민성 회복입니다. 이는 개인의 독립적 사고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사건이 터지면 분노하고 비판하며 때론 냉소를 보내지만 그로 인해 스스로가 무엇을 실천하며 변화를 모색했는지 성찰하는 것입니다.

시민성이 복원된 개인이 주목하는 공공문제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일상 속에서 비정상적인 것으로 느껴지는 현상입니다. 시민의 시야에 공공문제가 들어오고, 참신한 발상에 공감해 이를 증폭하는 것이 시민의 공공소통입니다.

또한 실천적 소통은 일상의 비정상적 질서에 대한 저항 프로젝트 성격을 갖습니다. 동시에 비이데올로기적입니다. 비이데올로기적 프레임을 갖고 모두가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생활 의제에 집중하고 작은 실천으로 사회와 소통해야 합니다.

프랑스 사회운동가 스테판 에셀(Stephane Hessel)은 대중에게 ‘의식 있게 살기’를 강조했습니다. 의식 있는 삶이란 이성적이며 사려 깊은 실천의 일상입니다. 에셀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지 않는 모습에 스스로 분노”하라고 주문했지요. 그가 강조한 웰리빙(well living)이란 공동체 의식이 쌓이고, 개인의 감성과 존재감이 부각되는 삶입니다.

시민 주도적 소통문화 운동은 사회 진화, 시민성 회복, 궁극적으로 공동체 복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가능케 합니다. 그동안 소통의 과정에서 지나치게 양극화된 듣는 자와 말하는 자의 경계를 허무는 도전입니다. 새로운 소통의 공적 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시도, 즉 상호작용 방식의 전환이기도 합니다.

세련된 광고 캠페인에만 의존하는 소통이 아니라 소박한 개인들의 아이디어와 소통이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꾸미지 않은 메시지가 화려하게 꾸며진(fancy-schmancy) 설득을 능가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작은 외침을 통한 큰 외침, LOUD를 제안합니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중앙SUNDAY 콜라보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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