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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꼭 챙겨 먹고 하루 두끼…20년 젊게 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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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계에선 ‘대부’ 같은 존재인 박후근(83) 전 한국수산회 회장은 기골이 장대하다. 186㎝의 키에 84㎏의 체중을 30년째 유지하고 있다. 허리둘레도 84㎝(34인치)로 뱃살이 거의 없다. 혈당·혈압·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모두 정상이다. 시력도 좌우가 0.8과 1.0일 정도로 좋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10년 전에 부인과 사별한 뒤 홀로 지내는 ‘독신’이란 점이다. 일상생활에서 독립성이 떨어지는 남성이 홀아비가 되면 기혼 남성에 비해 10년 이상 수명이 단축된다는 통계도 그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듯 했다. 수산물과 건강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그와 최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패셔니스타’가 따로 없었다. 그의 잘 빠진 몸매와 옷매무새는 패션 감각을 잘 살려줬다. 휘날리는 긴 눈썹만 잘 다듬으면 60대 아래로도 보일 것 같았다. 그는 "늘 젊은 마음으로 젊게 산다"고 했다.

-수산물과의 인연은 언제, 어떻게 맺었나.

“60년 가까이 됐다. 고향은 전남 여수인데 1956년에 부산대 어로학과(현 부경대)를 졸업했다. 2003년엔 부경대에서 명예 수산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30년 전 국내에서 처음 넙치(광어) 양식을 시작했다. 일본이 70년대 말에 넙치 양식에 성공한 데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등어를 잡는 선망도 운영해봤다. 한국수산회 회장을 8년 이상 했고 한일·한중 민간어업회담 때 민간대표를 맡기도 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초청연구위원으로도 일했었다.”

-나이에 비해 몸매가 날씬한데 비결은.

“비만을 만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해 체중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평생 계속하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은 생선을 통해서만 공급받는다. 제철 생선을 찾아 먹는다. 고등어는 주 2∼3회(1회에 80∼100g, 약 한 토막) 20년간 계속 밥상에 올렸다. 지방이 많은 삼겹살은 평생 한 번도 먹지 않았다. 대개는 1일 2식의 소식(小食)을 한다. 미혼인 막내 아들(38)과 둘이 사는데 서로 활동시간이 달라서 밥상은 내가 직접 차린다. 아침은 배·포도·자몽·토마토·우유 약간으로 간단히 한다. 점심은 밥 반공기, 고등어와 채소 위주로 식단을 짠다. 저녁은 거의 먹지 않는다. 하루 1시간씩, 주 4일 운동(주로 산책)을 40년 이상 빼먹지 않고 했는데 몇 년 전 디스크 진단을 받은 뒤 운동시간을 40분으로 단축했다.”

-요즘 권장할 만한 제철 생선은.

“등 푸른 생선의 일종인 방어다. 이 생선은 10∼12월엔 제주도 연안, 12∼2월엔 동해 연안에서 주로 잡힌다. 방어는 한반도 연안에서 잡히는 생선 중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으로 혈관 건강에 유익)이 가장 많다. 특히 뱃살 부위에 많이 들어 있다.”

-경력상 넙치 사랑이 남다를 것 같다.
“넙치는 흰살 생선을 대표한다. 맛은 있지만 영양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특히 오메가3 지방이 적다. 나는 넙치회를 먹을 때는 반드시 ‘꽁치구이’를 함께 주문한다. 꽁치도 등 푸른 생선이어서 오메가3 지방이 많다.”

-생선 섭취할 때 곁들이면 좋은 채소는.
“어떤 채소도 괜찮다. 나는 상추, 특히 로메로 상추에 생선을 싸서 먹는다. 육류와 생선엔 비타민 C가 없으므로 채소를 필히 곁들여야 한다. 육류를 먹을 때는 육류 대 채소의 비율(중량)을 1 대 2∼3, 생선 섭취 시엔 생선과 채소 비율을 1 대 1로 맞추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 같은 섭취 비율은 수산물 왕국인 일본에선 공식화돼 있다. 육류엔 혈관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이 상당량 들어 있고 이를 중화시키는 것이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다.”

-고등어 예찬이 특히 지극한데 특별한 사연이 있나.
“고등어는 선도 저하가 빨라서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을 듣는다. 일부 예민한 사람에겐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일본에선 20세기 초까지도 고등어와 꽁치 같은 등 푸른 생선이 콜레라 유행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등 푸른 생선에 오메가3 지방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고등어에 대한 평가가 180도 바뀌었다. 난 고등어 회를 생산·보급하는 일도 했다. 85년께 경남 통영의 욕지도에서 양식된 고등어를 수협 중앙회가 수용해 판매하도록 하기 위해 아이디어와 기술을 제공했다. 고등어로 횟감을 만들려면 소금과 식초 처리가 중요하다. 횟감으로 사용되는 양식 고등어는 자연산 고등어보다 알레르기 유발성이 적다.”

-수산물의 어떤 성분이 건강을 돕나.
“나를 진료한 의사들이 ‘어떤 음식을 드시기에 혈액이 그렇게 좋은지”를 묻기도 한다. 내 대답은 한결같이 수산물이다. 각종 수산물에 든 오메가3 지방의 일종인 DHA·EPA와 아미노산의 하나인 타우린의 3대 핵심 건강 성분이다. 이 세 영양소는 고혈압·당뇨병·심장병 등 각종 생활습관질환 외에 전립선 건강과 치매·우울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자신만의 치매 예방법도 있다는데.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3대 치매 예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매일 1시간 이상 독서, 꾸준한 운동, 지속적인 배우기다. 독서시간은 신문보기와 라디오방송 영어강좌 듣기까지 포함하면 하루 3∼6시간은 될 것 같다. 밤 11시에 잠자리에 든 뒤 보통 새벽 4시면 깬다. 기상 후 5시까지 신문을 본다. 5시부터 1시간 산책하러 다녀 온 뒤 6시부터는 KBS 라디오 방송프로그램인 ‘굿모닝 팝스’를 1시간 청취한다. 이 프로가 첫 방송된 1988년부터 시작해 줄 곧 들었다. 일본어는 어느 정도 되지만 젊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영어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현재 영어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머리를 써야 하므로 치매 예방엔 분명히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시력이 젊은 사람도 부러울 정도다.
“하루에 12시간 책을 읽은 적도 있다. 최근엔 『기적의 밥상』과 『질병의 종말』이란 책이 좋았다. 나이 들어서도 오래 독서하려면 눈 건강 유지가 필수다. 평생 난 안과를 가본 적이 없다.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 생굴·토마토·붉은 자몽을 즐겨 먹는다. 생굴엔 타우린이 제주 특산물인 뿔소라 다음으로 많이 들어 있다. 타우린은 시력 개선에 유익한 아미노산이다. 토마토·붉은 자몽·수박엔 항산화 성분이면서 눈 건강에 이로운 라이코펜이 많이 들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은.
“생굴이다. 지인들은 나를 우스갯소리로 ‘생굴 미치광이’라고 부른다. 굴을 냉동시켜 뒀다가 여름에도 먹는다. 생굴은 영어 월명(月名)에 ‘r’자가 있는 달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겨울에 채취한 생굴에도 노로 바이러스 등 식중독균이 오염될 수 있으므로 약간의 주의는 필요하다. 굴엔 다량의 타우린이 함유돼 있다. 물에 잘 녹는 타우린을 더 많이 섭취하려면 마트에서 굴을 살 때 위쪽 껍데기만 떼어 낸 반굴(각굴, half shell)을 고르는 것이 좋다. 반굴의 타우린 함량은 완전히 껍데기를 까서 봉지에 담은 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굴 전쟁’도 있었다는데.
“지중해 연안에선 굴이 나지 않는다. 고대 로마의 시저는 영국 테임즈강 입구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굴을 공납 받기 위해 기원전 50년께 원정대를 영국에 파병했다. 유럽 어업사에선 이를 ‘굴 전쟁’이라 부른다. 18세기 나폴레옹은 각종 전투를 앞두고 굴을 먹었다. 19세기에 독일을 통일시킨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연회장에서 176개의 굴을 ‘꿀꺽’한 일은 유명하다. 쿠바의 카스트로도 생굴 애용자였다. 생굴과 정력·권력 사이엔 모종의 함수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콜레스테롤이 걱정돼 새우나 굴 섭취를 줄이는 사람도 많다.
“세계 새우 1위 소비국이 최장수국인 일본이다. 일본인의 새우 소비량은 미국인의 2배다. 하지만 새우·굴·오징어의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것은 타우린이 중화시켜 준다. 한국인이 콜레스테롤을 우려해 이들 식품을 기피한 탓에 일본인이 우리가 정성껏 길러낸 최고의 수산물을 가져간다. 계란 노른자에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것은 맞지만 일본인은 계란을 1인당 하루 평균 1개 이상 먹는다. 계란 노른자에 든 레시틴은 콜레스테롤의 체내 흡수를 방해한다. 나도 계란(노른자 포함) 을 1주일에 서너 개는 먹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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