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부유세 포기한 날 … 피케티는 최고 훈장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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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겐 특히나 짜증나는 일일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1일(현지시간) 내놓은 논평이다. 올랑드 대통령이 부유세를 포기한 이날, 세계적 명성의 프랑스 경제학자가 올랑드 정부를 향해 “경제나 잘하라”며 프랑스 최고 훈장 수상을 거부한 걸 두고서다.

 100만 유로(약 13억46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75% 세율의 부유세를 매기겠다는 건 올랑드 대통령의 2012년 대선 공약이었다. 도입 과정에서 유명 배우인 제라르 드파르디외 등이 프랑스 국적을 버리는 등 큰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2013년 도입됐는데 2년간 징수액이 4억2000만 유로(약 5657억원)로 전체 소득세의 1% 수준이었다. 사회적 비용에 비하면 미미한 실적이었다. 그 사이 경제는 부진했다. 몇 년째 두 자릿수 실업률, 0%대 성장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유럽의 병자(病者)’가 됐다.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헌정 사상 최저치인 10%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가 경제의 조타수를 오른쪽으로 돌린 이유다.

  하지만 이날 『21세기 자본』이 세계적 성공을 거두며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로 떠오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거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피케티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누구에게 상을 줄지 결정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 아니므로 수상을 거부한다”며 “정부는 프랑스와 유럽의 경제 성장을 다시 되살리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고소득자에게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피케티가 올랑드의 부유세 폐지에 대해 수상 거부로 맞선 것이다.

 사실 피케티 교수는 집권당인 사회당과 가까운 인물이었다. 올랑드 대통령의 연인이자 2006년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의 경제자문을 지냈다. 2012년 대선 때에도 올랑드 당시 후보에게 공개 지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엔 멀어졌다.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내 아이디어는 조국인 프랑스 밖에서 더 잘 수용되는 것 같다”고 말한 일도 있다.

 피케티 교수의 수상 거부에 대해 대통령궁에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레지옹 도뇌르를 관장하는 장루이 조질랭 상훈처장이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감”이라며 “피케티 교수가 여론의 주목을 받는 데엔 성공했다”고 꼬집었다.

 레지옹 도뇌르는 1801년 나폴레옹 1세에 의해 제정됐다. 화가인 클로드 모네,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 작가 알베르 카뮈, 작곡가 헥토르 베를리오즈,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등도 수상을 거부한 바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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