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 삼촌집서 권총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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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38구경리벌버권총을 갖고 부대를 이탈한 헌병하사가 택시를 탈취, 평소 불만을 품어온 작은아버지 집으로 찾아가 일가족4명중 3명을 쏘아 1명을 숨지게하고 자신도 자살했다.
11일 새벽5시30분쯤 서울 당산동5가11의1 강남맨션아파트10동303호 이창섭씨(49·영등포고교 교감)집에서 이씨의 조카인 공군모부대소속 이석진 헌병하사(22)가 38구경리벌버권총으로 숙부 이씨와 숙모 김영희씨(46), 이씨의 2남 한진군(16·서울영일고교 1년)을 차례로 쏘아 김씨는 그자리에서 숨지고 이씨와 한진군은 중태에 빠졌다.

<범행>
이하사는 5시20분쯤 숙부집에 도착, 벨을 눌렀으나 응답이 없자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베란다 창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 한진군이 부엌방에서 문을 열고 나오자 이하사는 아무말없이 권총2발을 쏘아 왼쪽허리와 허벅지에 관통상을 입혔다.
이하사는 이어 총소리와 한진군의 비명을 듣고 안방에서 뛰쳐나오는 외숙모 김씨의 왼쪽가슴과 배를 쏘아 김씨는 그자리서 숨졌다.
이하사는 이어 외숙부 이씨에게 5발을 발사, 아랫배에 관통시켜 쓰러뜨렸다.
한진군에 따르면 어머니가 쓰러진뒤 아버지 이씨가『이놈아』고 고함을 치자 이하사는 아버지를 향해 5발을 발사했고 잠을 자고있는 딸 혜진양(21·서울대 음대2년)이 어머니 김씨의 머리를 감싼채 이하사를 향해 손짓을 하며「그만하라」고 말리고 있었다.
한진군이 안방앞에서 아버지 앞을 가로막고『총을 쏘지말라』소리치자 이하사가 다시 한진군을 향해 1발을 발사했다.
한진군이 실신했다 총소리를 듣고 일어나 보니 이하사가 머리에 총1발을 쏘아 피를 흘리면서 응접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는 것.

<현장>
숨진 김씨는 안방문턱에 잠옷바람으로 가슴에 피를 흘린채 엎드려 숨져있었고 이하사는 이부자리위에 아랫배를 움켜쥐고 쓰러져 있었다.
사건당시 집안에는 이씨와 김씨, 한진군, 장녀 혜진양등 4명이 있었으나 혜진양은 화를 면했다.
또 장남은 학교관계로 지방에가 무사했다.

<택시탈취>
범인 이하사는 10일하오 강원도 소재 모부대를 이탈한 뒤 11일 새벽3시20분쯤 서울 자양동 로터리에서 조흥한시택시 회사소속 서울4파78l3호 택시(운전사 임동근·45)에 탔다.
베이지색 점퍼를 입은 사복차림의 이하사는 택시를 세운뒤『신월2동까지 가자』며 택시 뒷좌석에 탔다.
택시가 강변도로∼여의도∼영등포시장을 거쳐 새벽4시20분쯤 서울 신월2동413의4 골목길에 도착하자 점퍼품속에서 갑자기 권총을 꺼내 1발을 천장을 향해 발사한 뒤 운전사 임씨에게『나는 탈영병이다. 움직이면 죽인다』고 위협했다.
운전사 임씨가『돈이 필요하면 가져가라』며 돈주머니를 건네주었으나 범인은『돈은 필요없고 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하사는『1시간후 공군본부앞에 차를 세워둘테니 경찰에 신고하지말고 택시를 찾아가라』며 운전사 임씨룰 내리게한뒤 임씨가 1백m쯤 앞으로 걸어가자 차를 돌려 신정동쪽으로 급히 몰았다.

<자살>
새벽 아파트에서 난데없는 총성에 이웃주민들이 놀라 뛰쳐나오고 신고를 받고 영등포경찰서 당산파출소소속 김종욱순경(34)이 5시40분쯤 현장에 출동했다. 김순경이 아파트 현관벨을 누르자 안에 있던 이하사는 현관문을 향해 권총2발을 쏘았다.
김순경은 계단을 뛰쳐내려와 파출소에 지원을 요청하고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2층에서 피를 흘리며 배를 움켜쥔채 난간을 내려오는 한진군을 보고 부축해 3층 이씨집으로 갔다.
이씨집에 들어가 보니 응접실소파에 흰색남방과 파란색바지차림의 이하사가 반듯이 앉은 자세로 정수리에 권총l발을 쏘아 자살한 뒤였다. 이하사는 오른손에 권총을 쥐고있었다.

<범행동기>
이하사는 아버지 이윤섭씨(63·경기도 안성군 미양면 구예리)부부가 서울 대방동에 살때 갓난아기를 이씨의 아들로 입양했다.
중학교 2학년때까지 서울에서 지내다 대전에 내려가 대전 D중학교와 M고등학교를 졸업 대입시에 실패해 작은아버지 이씨집에서 1년간 재수를 하다 79년 공군장기하사로 자원 입대했다.
이하사는 최근 여자와 동거, 생활비가 모자라자 1개월전쯤 숙부 이씨를 찾아가 2백만원을 도와달라고 요구했다는것.
이때 이하사는 숙부 이씨에게『군에서 사고를 내 수습비 2백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숙부 이씨가 사실을 알아본 결과 거짓임이 드러나 돈을 안준데대해 앙심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군에 따르면 이하사가 최근 아버지를 찾아와『왜 우리아버지를 잘해주지 않느냐』며 불평했다는 것. 한진군의 아버지 창섭씨는 안성에서 젖소70마리에 7만평의 용초목장을 경영하며 형인 이하사의 아버지에게 관리를 맡겨왔으나 지난1월 이하사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용돈을 너무 많이 주어 목장운영비를 축냈다고 불평해 창섭씨와 이하사간의 사이가 나빠졌다는 것.

<차량발견>
이하사가 탈취한 차량은 이날 상오9시50분쯤 범행장소인 강남맨션아파트 길건너 20m지점 서울 당산동6가234의2 뒷골목에서 이동네 최옥기씨(47·여)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자 주변>
이씨는 현재 영등포공고 교감으로 재직중이며 부인 김씨와 사이에 장남 이원진군(22·재수생) 혜진양, 한진군등 2남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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