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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종차별이 적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자주는 아니지만, 프랑스 하교에 다니는 동양어린이들은 프랑스애들에게서 「시누와」나 「신덕」이란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시누와」는 원래 중국인이란 뜻이지만 동양사람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고 「뙤놈」이란 뜻의 「신덕」은 이를 비하한 애들말이다.
그래도 어른들은 「시누와」 「코레앙」(한국인)「자포내」(일본인)를 구별할줄 알지만 프랑스 어린이에게 동양사람은 모두 「시누와」다.
어른들 사이에선 동양것, 특히 중공것은 두루 신기하고 중공관광도 꽤나 바랄만큼 중공붐이 일고있으나 애들에게있어 「시누와」는 여전히 경멸과 놀림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 빈도와 심도는 이웃 다른나라에 비해 훨씬 적고 낮아서 동양어린이를 크게 울릴만큼 심한 것은 아니다. 어린이의 이같은 편견적 발언을 부모가 듣게되면 거의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의 뺨을 모질게 때려서라도 다시 못하게 만든다. 내심으로야 어떠하든 인종적 편견을 절대 입밖에 내지않도록 일찍부터 가르치는 것이다.
이웃 서독을 여행한 유색인은 그곳사람들의 노골적인 인종차별에 불쾌감을 갖는 일이 적지않다. 버스나 지하철의 경우 황이종이나 흑인종이 앉아있는 옆자리는 으례 빈자리로 남는 일이 많다. 그 자리가 없어 서서 가더라도 그 자리에 서뜻 앉으려는 독일사람은 드물다.
프랑스에선 적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유색인들이 프랑스를 두고 인종차별이란 부담감만은 잊고 살수있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이는 그 바탕을 프랑스의 우애·형제주의(프라테르니테)에서 찾는다. 프랑스혁명이 자유·평등·우애를 신봉한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주기도 한다.
식민시대의 동화정책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사람도있다. 식민지의 효과적인 경영을 위한 「기술」로서의 반 인종차별주의를 뜻한다. 다른 사람은 또 출산율 저하로 인한 노동력부족을 메우기위해 프랑스가 외국 노동자를 불러 들이지 않을수 없었던 집안사정에 초점을 맞추기도한다.
차별여부는 상대적인 것이긴하나, 아무튼 어떤 연유로건 프랑스인들의 인종적 편견이 비교적 적은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프랑스에도 인종차별은 있다. 다만 『인종의 불평등성』을 썼던 「아르투르·고비노」백작(1816∼1882)의 이른바 백인우월론이 프랑스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고 독일로 건너가 활개를 쳤던 것이 우연만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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