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연정 급부상… 기민·기사당 연합 + 사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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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없는 총선 결과로 혼미하던 독일 정국이 대연정과 자메이카 연정의 두 가능성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대연정은 제1당 기민.기사당 연합과 제2당 사민당이 손을 잡는 양당 합당이다. 자메이카 연정은 제1당인 기민.기사당 연합과 자민당, 그리고 녹색당이 참여하는 3당 연합이다. 두 경우 모두 야당인 기민.기사당이 중심이 돼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 대연정=급부상하고 있는 가능성이다.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야당의 총리 후보인)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 당수가 용퇴하면 나도 총리직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독일 일간지 빌트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슈뢰더 총리는 3기 집권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 슈뢰더 총리는 자신과 함께 메르켈 당수도 총리가 되겠다는 야심을 버리면 "기민-기사당 연합에서 총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민당 관계자는 20일 "사민당과 기민당 지도부가 연정 협상을 위해 22일 회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토 실리 내무장관(사민당)은 "나침반의 바늘이 대연정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 자메이카 연정=독일 총선에서 제3당으로 부상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자민당이 녹색당의 연정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흑색, 자민당은 황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있어 3자가 합칠 경우 '흑.황.녹색'으로 구성된 자메이카 국기와 같다고 해서 자메이카 연정이라 불린다. 귀도 베스터벨레 자민당 당수는 "의회에서 좌파가 다수가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자메이카 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친기업 성향인 자민당은 중도 좌파인 사민당이 좌파정당.녹색당과 손잡고 좌파연정을 세울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자민당은 사민당과의 연정 협상에 반대한다. 그러나 녹색당이 아직 소극적이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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