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남한" 아는 북한주민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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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주민들은 북괴의 전쟁준비에 밤낮없이 시달리면서, 최근엔 엄청난 외채를 갚기위해「외화벌이」라는 사금캐기운동에까지 동원되고 있다고 귀순한 이웅평대위가 폭로했다. 이대위가 밝힌 북괴의 전쟁준비상황과 북한주민들의 생활참상은 다음과 같다.

<전쟁준비>
정부예산의 50%를 국방비로 쓰며 모든 공군비행장에는 지하갱도 격납고를 구축했다.
적위대·붉은청년근위대등은 각종포로 중무장하고 남한무기인 M-16소총·카빈·M-1소총의 분해·결합·사격방법등까지 교육시키고있다. 이는 일단 유사시 노획된 무기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김일성 교시에 따라 인민군대는 4윌15일까지 지하갱도 각종진지공사를 모두 마쳤다.
북한각도에는 전쟁시 사용할 수혈처도 설치, 혈액을 저장해 전쟁에 대비하고있다.
김일성은 또 지난2윌1일「최고인민사령관 명령1호」를 하달, 군인·조선인민경비대·사회안전원·근위대노동적위대를 완전 무장시키고 명령만 내리면 전쟁을 개시할 수 있는 준전시태세를 선포했다.

<김일성 세습체제>
북한사회에서는 김일성-김정일의 신격화·우상화를 위해 당·사로청·직맹·노소맹·여맹등 조직을 총동원, 철저한 교육이 계속되고있다.
김정일의 지시사항은 김일성의 지시와 같은 비중으로 처리되고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철조망이 쳐진 밀폐구역인 죽음의 계곡으로 추방된다. 일단 추방되면 자급자족으로 연명하고, 평생을 동물처럼 살다가 전시에는 살해될 대상이다.
일부 당원중에는 김정일에 붙어 한자리 해보겠다는 자도 있으나 대부분 주민들은 나이도 생각도 어린데 후계자로 내세우고있다고 이를 비웃고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각지역에 별장·낚시터·승마장을 갖고있으며, 영변·황주엔 사냥터까지 마련, 호사스런 생활을 하고있다.

<북한주민 생활상>
일본등 외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내고「외화벌이운동」을 벌이고있다.
청천강기슭의 사금캐기운동도 그것으로 10명씩 하루종일 캐야 0· 5g정도.
생활필수품이 모자라 암거래행위가 심하다.1원짜리비누는 5원, 여자머리수건1장이 70∼1백원이다. 시계는 1천4백∼1천7백원.
노동자들의 월노임은 70원이라고 하지만 실제노임은 50원미만이 대부분으로 한달 노임으로는 수건1장을 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을 보는 눈>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은 계속된 교양사업으로 남한주민들이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으나 일부 주민들은 남한이 어느 정도 잘산다고 믿거나 반신반의하고 있다.
대부분 통일은 꼭돼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통일만 되면 잘살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한 기대를 걸고있다.

<귀순동기>
북괴의 정치체제에 대한 염증과 비참한 인민생활에 회의를 느꼈다. 비행사는 모두 당원인데도 정치보위부가 나(이대위)를 비밀정보원으로 정해 동료비행사들의 비행을 알아대라고 지시해 심적부담이 가중되고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
3년전부터는 비행기수신기와 야간근무중 내무반라디오로 KBS방송을 들어본 결과 남한은 사실그대로 보도하는데 북한은 제3방송(가정에 가설된 유선방송)을 통해 기만하고 있어 남한은 자유롭고 살기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김일성유일체제가 김일성·김정일만을 위하는 체제이고 모든 것을 전쟁분위기로 몰아쳐 고통스러웠다.
휴가때 동해안 웅기해안에서 남한의 라면봉지를 주워보고 북한에 비해 경제가 발전했다는 것을 알았다.

<귀순소감·각오>
무사히 탈출해 우리공군기지에 착륙했을 때 조총간을 잡았던 오른손이 떨렸다. 따뜻한 동포의 정으로 맞아준데대해 감사드린다.
그동안 서울을 돌아보고 한가정집을 방문했을 때 개인집이 이렇게 화려한 가재도구를 갖추고 살 수 있는가 의심스러웠다.
더구나 방문한 가정이 6·25동란때 청진에서 월남했다는데 놀랐다.
북한비행사들의 가정은 방2, 부엌1개, 공중변소를 사용하고 이불장·찬장이 있는것이 고작이며 가정에서 연탄을 직접 찍어써야한다.
서울의 백화점·상점에 즐비한 물품에 놀랐다.
가족과 공원에서 놀고있는 남한시민들의 자유스런 모습이 북한과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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