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운동장 레포츠 메카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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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산 사직운동장의 주인이 바뀌었다. 롯데자이언츠 야구팬들인 '부산 갈매기들'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다양한 레저를 즐기는 어린이와 청소년, 대학생들이 자리잡았다.

이런 현상은 롯데의 극심한 부진 속에 사직야구장.아시아드주경기장.사직수영장 등 이 일대 종합운동장이 테마공원 역할을 하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부산갈매기들 옛날이 그립다=롯데자이언츠가 잘 나갈 때는 야구 경기가 있는 날마다 부산 전역에서 20~50대의 부산 갈매기들이 모여들여 3만여 관중석을 꽉꽉 메웠다.

독특한 신문지 흔들기 응원과 파도타기 응원을 전국에 보급시킨 이들은 '부산 갈매기'를 열창하며 생활속의 스트레스를 날렸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야구장 광장과 주변 가게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밤늦게까지 야구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이제 온데간데 없다. 롯데자이언츠가 밑바닥을 헤매고 팬을 모을 만한 스타 선수가 없자 팬들이 완전히 등을 돌렸다. 사직야구장에 롯데의 경기가 있는 날에 관중은 보통 2천~3천명선에 불과하다. 문성재의 노래 '부산 갈매기'를 듣기 조차 어렵다.

한 40대 야구팬은 "롯데의 전성기 때는 친구들이나 가족끼리 야구장에서 하루를 보내면 정말 기분 만점이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사직야구장에도 와도 옛날 같은 기분을 전혀 느낄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아예 함께 야구를 이야기할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레포츠 백화점으로 변신=사직운동장을 포함한 종합운동장은 17만여평에 이르는 테마공원이다. 야구장 광장.실내체육관 주변.수영장 주변.주차장 광장.아시아드주경기장 광장.조각공원 등을 하나로 묶어 공식적으로 종합운동장이라고 부르지만 아직도 대개 사직운동장으로 통한다.

화창한 휴일에는 초읍 어린이대공원 입장객과 비슷한 3만~5만명 가량이 이곳으로 몰려든다고 부산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측은 보고 있다. 어린이들과 청소년, 대학생들은 이곳에서 갖가지 레포츠를 즐긴다.

종류도 인라인스케이트에서 자전거, 스케이트 보드, 킥보드, 힐리스(바퀴달린 신발), 길거리 농구, 하키 등 다양하다. 특히 고단수 꾼들은 인라인스케이트.힐리스.스케이트 보드 등을 타면서 온갖 묘기를 보여 눈길을 사라잡는다.

또 하루가 다르게 신종 레포츠가 등장하고 인라인스케이트의 경우 이곳에서 활동하는 동호회만도 10여개에 이른다. 젊은 친구들은 운동장으로 자장면을 시켜먹으면서 하루종일 진을 친다.

조동철(30.김해시 지내동)씨는 "사직운동장이 인라인스케이트 타기에 아주 좋다는 소문을 듣고 미술 동호인들끼리 원정까지 간다"며 "분위기가 아주 활기차고 좋다"고 말했다.

머리결이 절반쯤 허옇게 변한 어른들도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배우며 함께 어우러진다. 김만수(57.부산 동래구 온천동)씨는 "젊은이들 속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니 몸과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다"며 "운동량도 많고 아주 재미있다"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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